인텔 "한국·대만 의존 벗어나려면 반도체 보조금 더 필요"

by김보겸 기자
2021.10.19 12:36:55

팻 겔싱어 CEO "한국·대만 의존, 지정학적으로 위험"
전 세계 반도체 생산 美점유율 33%→12% 줄어들어
美하원서 발묶인 61조원 보조금 지원안 통과 촉구
반도체칩 자체개발 홀로서기 성공한 애플도 언급

팻 겔싱어 인텔 CEO가 미 정부에 보조금 지급을 촉구했다(사진=악시오스)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미국 최대 반도체 기업 인텔의 최고경영자(CEO)가 한국과 대만에 반도체 생산을 의존하는 것은 “지정학적으로 불안정하다”며 미국 정부가 반도체 제조 보조금을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팻 겔싱어 인텔 CEO는 18일(현지시간) 다큐멘터리 뉴스 ‘악시오스 온 HBO’와의 인터뷰에서 “만약 세계가 한 곳에 의존하게 된다면 그것은 정치적으로 안정적이지 않다”며 “석유 매장지는 신이 결정했지만, 팹(반도체 공장)을 어디에 둘 것인가는 우리가 결정할 수 있다”며 이 같이 주장했다. 한국에는 북한 리스크가 있으며 대만은 현재 중국과 갈등을 빚고 있다는 점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반도체 설계는 퀄컴과 AMD, 엔비디아 등 많은 미국 기업들이 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반도체 칩을 생산하는 건 대만 TSMC나 삼성전자라는 점을 의식한 발언이다. 몇 년 전만 해도 전 세계 반도체 제조의 3분의 1을 차지했던 미국의 점유율은 현재 12%로 줄어든 상태다.

겔싱어는 “우리의 생산비가 아시아보다 30~40% 비싸서는 안 된다”며 “이 차이를 줄여 미국에 더 크고 빠른 반도체 공장을 세울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미국 정부에 보조금 지급을 촉구했다. 앞서 미 상원은 지난 6월 반도체 제조에 520억달러(약 61조3600억원)를 지원하는 안을 담은 ‘미국 혁신 경쟁법’을 가결했지만 하원에 발이 묶여 있다.



게다가 미 정부가 약속한 보조금 규모도 턱없이 적다고 겔싱어는 지적했다. 그는 “두 번째 반도체 지원법도 필요하며 이른바 ‘문샷(달 탐사선을 제작하는 식의 통 큰 계획)’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세 번째 반도체 지원법도 필요하다”며 “이름이 무엇이든지 간에 반도체 지원법은 미국에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애플이 18일 애플파크에서 신형 맥북 프로 2종류를 공개했다(사진=AFP)
한편 이날 겔싱어는 인텔과의 결별을 선언한 뒤에도 고성능 노트북 ‘맥북 프로’ 신제품을 공개한 애플도 언급했다. 애플은 이날 자체 설계한 컴퓨터칩을 탑재한 신형 맥북 프로 2개 제품을 발표했다. 지난 2005년부터 애플은 컴퓨터 맥(Mac) 시리즈에 인텔이 설계한 반도체를 사용해 왔지만, 아이폰과 아이패드처럼 맥 시리즈에도 애플이 설계한 반도체를 사용하겠다며 지난해 결별을 선언한 바 있다. 애플이 이날 공개한 맥북 프로 역시 전력 소모량을 파격적으로 줄이고 성능은 크게 개선해 호평받았다.

겔싱어는 “애플은 스스로 우리보다 더 좋은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실제로 잘 해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애플이 설계한 반도체를 삼성전자(005930)나 TSMC가 아닌 인텔 공장에서 생산할 수 있다”며 애플이 인텔에 반도체 생산을 다시 맡기길 원한다고 밝혔다.

특히 인텔이 아마존과 퀄컴, 미 국방부와 반도체 위탁 생산 계약을 체결한 것을 언급하면서 “애플을 포함해 다른 회사들도 우리와 생산 계약을 맺길 바란다”고도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