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 오피스·팀스 '묶음 판매' 접는다…EU 반독점 대비

by이소현 기자
2024.04.02 12:00:17

업무용 소프트웨어와 채팅 앱 전 세계 분리 판매
작년 8월 유럽연합·스위스 조치 확대 차원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마이크로소프트(MS)가 업무용 소프트웨어인 오피스(Office)와 채팅 및 동영상 앱인 팀즈(Teams)를 전 세계적으로 별도로 구매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8월 말부터 유럽연합(EU)과 스위스에서 분리 판매를 시작한 데 이어 이번에 전 세계로 확대한 것으로 EU에서 진행 중인 반독점 조사를 해결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프랑스 파리 근교에 마이크로소프트 로고가 보인다.(사진=로이터)
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4월부터 MS 고객은 현재 가격으로 오피스와 팀즈 세트를 계속 사용하거나 각 소프트웨어에 대한 개별 구독으로 전환할 수 있다.

그간 MS는 워드와 엑셀 등 오피스 365와 팀즈를 묶어 판매했다. 고객이 문서작성용 워드와 스프레드시트용 엑셀 등 오피스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면 채팅 앱인 팀스가 자동으로 설치됐다. 화상 회의에 즐겨 사용되는 팀즈는 2017년 당시 오피스 365에 무료로 추가된 뒤 코로나19 기간 큰 인기를 얻었다.

이로 인해 2020년 세일즈포스의 메시징 앱인 슬랙(Slack) 등 경쟁기업은 MS가 팀즈를 오피스에 끼워파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EU 집행위원회는 지난해 7월 경쟁법 위반 혐의로 MS에 대한 공식 조사에 착수했다. 당시 묶음 판매 방식이 시장의 지배적 지위를 남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결국 MS는 EU 규제 당국의 반독점 소송과 벌금을 피하기 위해 이번에 묶음 판매를 취소한 것으로 풀이된다. 각국 당국이 IT 대기업이 고객 유지를 위해 묶음 판매를 하는 등 독점 규제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비즈니스 모델의 전면적인 수정이 이뤄지고 있다.

MS는 “고객에게 명확성을 제공하기 위해 지난해 유럽경제지역과 스위스에서 시행했던 업무용 소프트웨어와 팀즈의 분리 판매를 전 세계에 확장한다”며 “이는 기업에 더 많은 구매의 유연성을 제공한다는 EU 의견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MS는 이날부터 고객이 현재의 라이선스 계약을 계속하거나, 갱신하거나, 새 제품으로 전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MS의 이번 분리 판매가 앞으로 수개월 내에 부과될 EU의 과징금을 막기에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고 미 경제 매체 CNBC 방송은 전했다. MS는 두 개 이상의 제품을 묶어 판매한 혐의로 지난 10년간 EU로부터 22억 유로(3조20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이번 조사에서 다시 반독점 위반 혐의가 인정되면 전 세계 연간 매출의 최대 10%에 해당하는 과징금을 물게 된다고 CNBC는 설명했다.

MS, 애플, 구글 등 IT 대기업이 사용자를 가두고 과점을 만들어 경쟁을 저해하고 있다며 전 세계적으로 규제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EU는 최근 초강력 규제정책인 ‘디지털시장법(DMA)’을 시행했으며, 이미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과 애플, 메타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