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사단, 이번엔 '헤엄 귀순'까지…병력 대비 책임지역 과도

by김관용 기자
2021.02.19 11:00:20

GOP와 해안경계 총 100km 구간 담당
타 전방사단 대비 2배 이상 넓은 구역
인근 23사단까지 해체돼 책임지역 확대
국방부 "정밀 진단 통해 보완책 마련"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잇단 경계작전 실패에도 국방개혁 2.0 계획에 따라 부대 감축이 본격화 되고 있어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안그래도 제한된 병력으로 광범위한 지역을 담당하고 있는데, 부대까지 없어져 안보 공백이 생길 것이라는 얘기다.

지난 16일 강원도 동부전선에서 발생한 ‘헤엄 귀순’ 사건은 앞서 ‘노크 귀순’(2012년)과 ‘월책 귀순’(2020년) 등 경계감시 문제로 곤혼을 치른 육군 22사단 책임이다.

경계작전 소홀 논란이 계속되자 장병들의 부실한 경계 태세뿐만 아니라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실제로 22사단의 경계작전 소홀 논란의 이면에는 부대 편성과 자연 환경 등 구조적 문제가 있다. 병력은 한정적인데 책임 지역은 다른 사단 보다 넓어 경계작전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픽= 문승용 기자)


유일하게 전방 GOP와 해안 경계 담당

22사단은 유일하게 일반전초(GOP)·감시초소(GP) 등 전방경계와 해안경계를 동시에 맡고 있다. 관할하는 철책만 GOP 선상 30여㎞, 해안 70여㎞ 등 총 100㎞에 달한다. 직선거리로 서울에서 천안까지 정도다. 다른 GOP사단의 경계 책임구역이 25~40㎞ 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두 배가 훌쩍 넘는다.

게다가 GOP 철책은 험준한 산에 걸쳐 있어 열상감시장비(TOD) 등의 운용이나 작전 병력 투입이 힘든게 사실이다. 22사단 관할 지역 내에는 말도 힘이 들어서 주저앉는다는 의미의 마좌리(馬坐里)가 있다.



일명 ’천국의 계단‘, ’V밸리‘, ’맥도날드‘ 등으로 불리는 지형도 다 만날 수 있다. 천국의 계단은 GOP가 산 속이기 때문에 아침 저녁으로 안개가 낄 때가 많은데, 이때 아래에서 위를 올려다 보면 천국의 계단처럼 보인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V-밸리는 말그대로 V자형 계곡입니다. 천국의 계단 코스와는 달리 산 속에 순찰로만 닦아놓았다. 맥도날드는 해당 브랜드 로고 처럼 오르락 내리락 하는 GOP 지형을 비유적으로 가리키는 말이다.

인근 사단 해체, 책임지역 더 넓어져

그런데도 22사단은 다른 전방사단과 마찬가지로 3개 여단을 운용하고 있다. 경계 임무를 수행하는 2개 여단과 1개 예비여단으로 구성된 다른 사단과 달리 예비 여단 없이 3개 여단을 모두 육상과 해안 경계에 투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더해 국방개혁 2.0 계획에 따라 22사단 바로 밑 삼척 지역 해안경계 부대인 23사단은 올해 말 해체된다. 22사단 책임 지역이 더 넓어진다는 의미다. 23사단 역시 작년 7월 ‘삼척항 목선 사태’로 경계작전 실패 지적을 받은바 있다.

군 당국은 인근의 36사단의 책임 지역 역시 조정하고, 지능형 영상감시체계(IVS)와 차세대 열영상장비(TOD) 등 과학화경계시스템으로 해안경계 임무를 수행한다는 구상이다.

박정환 합참 작전본부장이 지난 17일 오후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22사단 귀순자 상황 보고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이들 시스템으로 어느 정도 공백을 메울 수 있지만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과학화경계시스템은 경계작전의 보조적 수단으로 핵심은 이를 운용하는 장병이기 때문이다. 서욱 국방부 장관 역시 지난 17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과학화경계시스템은 보조 시스템이고, 실제는 이를 들여다 보는 사람이 중요한 것”이라며 “현장 경계병들의 나태함을 없애고 간부들의 순찰 강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군 당국은 이번 경계작전 실패를 계기로 정밀 진단을 통해 보완책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서 장관은 “22사단이 철책과 해안을 동시에 경계해야 하고 작전 요소나 자연환경 등 어려움이 많은 부대”라며 “부대 편성이 부족한 부분이 있어 살펴볼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사단을 정밀 진단해 볼 생각”이라며 “부족한 부분을 상급 부대 차원에서 지원할 수 있는 요소를 찾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