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학 취소, 얼마죠?"..학폭이 돈되는 세상

by전재욱 기자
2023.02.27 13:01:40

가해자와 피해자 권리 구제과정에 파고드는 법률시장
부모 간에 대리전으로 번져.."애들 싸움에 부모가 끼어야"
"재력 따라 학폭 대응도 천양지차이고, 결과까지 좌우"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애들 싸움에 부모가 끼어야 합니다.’

학교 폭력이 단순히 ‘애들 싸움’이 아닌 수준으로까지 나아가다 보니 조력자의 힘이 ‘애들’ 권리를 구제하는 변수로 등장하고 있다. 전문가 도움을 얼마큼 받을 수 있는지가 관건인데, 결국 법률 지식과 자본력이 좌우하는 것이라서 우려 섞인 시선도 뒤따른다.

(사진=이미지투데이)
27일 대한변호사협회에 따르면, 이날 현재 학교폭력을 전문분야로 등록한 변호사 17명이 활동하고 있다. 학교폭력 전문분야 변호사는 대한변협 심사를 거쳐 선정된다. 최소 변호사 경력 3년 이상이고, 최근 3년 안에 학폭 사건을 10건 이상 수임하고, 대한변협 교육을 수료해야 심사를 통과할 수 있다.

학교 폭력이 전문 분야로 등장한 것은 법률 수요 증가와 무관하지 않다. 학교폭력이 변호사 시장에서 처음 전문분야로 인정받은 시기는 2019년 7월이다. 대한변협이 인정하는 62개 전문분야 가운데 61번째로 인정받아 비교적 최근에야 법률시장 주류로 등장한 것이다. 기업 생태계에 스타트업이 뿌리내리면서 2018년 7월 전문분야가 생긴 것과 같은 맥락이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대한변협 전문분야는 시류를 반영하면서 세분화돼 왔다”며 “학교폭력 전문분야는 당사자가 원하는 법률 서비스가 늘어났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법률 시장에서 학교폭력 사건이 ‘돈’이 된 지 오래다. 로펌 간에 경쟁도 치열해서, 여러 포털 사이트에서 ‘학교폭력 변호사’ 식으로 키워드를 정해 검색하면 광고 사이트가 화면을 가득 채운다. 이들 로펌의 학교 폭력 성공 대응 사례를 보면, 가해자로서는 최소한의 처벌을, 피해자로서는 최대한의 응징을 바라는 데에 초점이 맞춰진다.

구체적으로 가해자로서는 가해 여부 확정, 형사처벌로까지 번질 가능성 차단, 학교 측의 적절한 처분 등이 관건이다. 피해자로서는 가해자 학생의 가해 사실 확정, 적절한 행정 및 형사상 처벌 조처가 이뤄지는 것이 핵심이다.

학교 폭력은 부모 간 대리전 양상을 띠며 과열하곤 한다. 가해가 피해자의 잘못에서 비롯됐다는 식의 ‘진흙탕 싸움’도 빈번하다. 이로써 법률시장이 개입할 여지가 열린다. 한 로펌은 ‘애들 싸움에 부모가 끼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현실적인 조언이지만 이 과정에서 사건은 비화할 수 있다. 교내에서 마무리하는 단계를 나아가 형사·행정·민사 소송으로까지 번지곤 한다.

가해자가 누명을 벗는 과정이 피해자에게 또 다른 상처로, 피해자 구제를 위해 가해자에게 더 무거운 책임이 각각 돌아갈 수도 있다. 일부 로펌에서는 간접 가해자로 지목된 학생(의뢰인)의 결백을 밝히고자 피해자 학생의 증언을 직접 받아낸 점을 우수 사례로 든다. 의뢰인이 누명을 벗은 것은 다행이지만, 이 과정에서 피해자가 직접 노출된 걸 두고 2차 피해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도 뒤따른다.

학교폭력 관련 업무를 맡은 익명의 교직원은 “부모 재력에 따라 학교 폭력에 대응하는 정도가 하늘과 땅 차이인 경우가 다수”라며 “부모가 어떻게 대처하는지가 학폭 사건 결과도 좌우하곤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