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 우려에 금리인상 가능성 고개.. KDI "내수부진 여전, 연말까진 동결해야"

by원다연 기자
2021.05.13 12:00:00

"내수회복 미약, 높은 물가상승률 지속 가능성 낮아"
"백신보급으로 내수회복때까지 완화기조 유지해야"
"추가 재정지출은 코로나19 확산 악화시 검토해야"
"선별적 지원하고, 지출 구조조정·세입확대 방안 필요"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 정부세종청사에서 ‘상반기 경제전망’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KDI)
[세종=이데일리 원다연 기자] 최근 물가 급등으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면서 각국 중앙은행이 금리 인상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우리나라는 최소 연말까지 완화적 통화정책을 유지해야 한다는 국책연구기관의 제언이 나와 주목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경기회복세와 물가상승세가 통화정책을 조정할 만큼 견실하지 못하다는 평가다. 한국개발연구원(KDI)는 당장 추가적인 재정 지출 필요성에는 선을 그으면서 국가채무의 빠른 증가세가 지속되는 것을 막기 위해 증세 논의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물가상승 일시적…완화기조로 경기 뒷받침해야”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13일 상반기 경제전망 브리핑을 통해 “올해에는 통화정책 기조를 조정할 필요성은 높지 않다”고 밝혔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대로 올라서며 3년 8개월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미국의 물가 오름세는 더 가파르다. 미국의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동월대비 4.2% 올라 2008년 9월 이후 약 13년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이는 시장의 전망치(3.6%)를 크게 웃돈 수준이다. 물가 급등으로 인한 시장 불안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당초 예상보다 빠르게 긴축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조정 시점에 대해서도 관심이 모아진다. 미국이 금리 인상에 나선다면 한미간 금리차 축소에 따른 자본유출 가능성에 한은에 대한 금리 인상 압박도 커질 수밖에 없어서다. 현재 미국과 한국간 기준금리 격차는 25bp(1bp=0.01%p)에 불과하다.

KDI는 다만 현재 국내 경제 여건을 고려하면 최소 연말까지는 완화적인 통화정책 기조를 이어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수출 회복에도 내수는 부진이 지속돼 완화적 통화정책으로 경기를 뒷받침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국제유가 상승 등 대외여건에 소비자물가가 일시적으론 오름세를 나타내겠지만 내수 경기를 주로 반영하는 근원물가 상승률을 봤을땐 여전히 물가안정목표를 크게 밑돌고 있는 만큼 물가상승이 추세적 흐름도 아니라는 평가다.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물가는 지난달 전년동월대비 1.4% 오르는데 그쳤다. 조덕상 KDI 연구위원은 “2분기 중 소비자물가상승률이 기저효과 등으로 인해 물가안정목표인 2%를 상회할 수 있겠지만 미약한 내수 회복세를 감안할때 물가상승률이 높은 수준을 지속할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고 했다.

결국 금리 조정은 백신 공급 등으로 내수가 충분히 회복되는 시점에 고려될 수 있는 카드라는 평가다. 정 실장은 “경기, 특히 내수가 충분히 회복되는 시점에 통화정책 조정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라며 “금융통화위원회의 결정이 충분히 존중받아야겠지만 올해 정도에서는 통화정책 기조를 조정할 필요성은 높지 않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코로나 확산세 악화시 추가 재정지출…선별적으로”

재정 지출과 관련해서는 당장 현 시점에서 추가적인 재정 지출 필요성이 크지 않다는게 KDI의 평가다. 조 위원은 “이미 확정된 재정지출을 신속히 집행하는 한편, 감염병 확산 상황이 악화될 경우 추가적인 재정지출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추가적인 재정 대응이 필요한 경우에도 한시적이고 가역적인 지출로 한정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아울러 재정 지원은 취약계층을 타겟팅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정 실장은 “코로나19 극복에 재정 지출이 상당이 많이 됐는데 이를 조금이라도 더 효과적으로 쓰기 위해서는 취약계층에 집중해서 선별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말했다. 여권 일각에서 내수 진작을 위해 2차 전국민재난지원금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데 대해 선을 그은 것이다.

아울러 구조적이고 장기적인 지출에 대해서는 그에 맞는 재정수입 확보 방안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빠른 국가채무 증가세의 장기화를 막기 위해서는 지출 구조조정을 넘어서 증세 방안의 논의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정 실장은 “지출 구조조정이 있겠지만 그것으로 부족할 때에는 세입 확대 방안이 논의돼야 한다”며 “구체적인 증세 항목에 대해서는 국민적인 합의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