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방 주요대책 대부분 ‘입법사항’…與野 극한대치에 ‘안갯속’

by조용석 기자
2024.01.04 12:07:57

[2024년 경제정책방향]
부동산안정·소비촉진 등 대책 다수 법개정 필요
거대야당 협조 없이는 4월 총선 전 추진 불가
野 "효과 분석도 없는 설익은 총선용 정책" 비판

[세종=이데일리 조용석 기자] 정부가 발표한 2024년 경제정책방향의 주요대책 대부분이 국회 입법사항으로 구성된 가운데 추진 가능성에 의문부호가 달렸다. 여야가 쌍특검법 등을 놓고 격렬하게 대치하는 상황에서 총선 전 선명성 경쟁 중인 정치권이 관련 입법사항을 논의하기 매우 어려워 보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1회국회(임시회) 제3차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화천대유 뇌물 의혹 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에 대한 수정안에 대한 표결을 앞두고 본회의장을 나가고 있다.(사진 = 뉴시스)
4일 정부가 발표한 ‘2024년 경제정책방향’에 포함된 주요대책의 상당수는 조세특례제한법, 종합부동산세법 등의 개정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22대 총선이 치러질 4월 이전에 추진되기 위해서는 현 여소야대 국면에서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동의해야 추진할 수 있다는 뜻이다.

정부가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추진하는 다세대·다가구(빌라) 지원 3종 세트 중 임차인이 거주중인 빌라를 매입시 올해 한시 취득세를 면제하겠다고 했으나 이는 지방세특례제한법을 개정해야 가능하다. 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연착륙을 위해 PF 정상화 펀드 내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PFV)가 부동산 매입시 한시적 취득세 50% 감면도 역시 같은 법을 고쳐야 한다.

소비촉진을 대책 다수도 마찬가지다. 전통시장 소비공제율 상향(40→80%), 상반기 카드 소비 증가분에 대한 20% 공제, 노후차 개별소비세의 70% 한시 인하 등의 주요대책은 조세특례제한법(조특법)을 개정해야 가능하다. 임시투자세액공제 1년 연장이나 연구개발(R&D) 투자증분에 대한 공제율 한시사향도 모두 조특법이 개정돼야 한다.

정부가 추진하는 ‘인구감소지역 부활 3종 프로젝트’는 대부분도 입법사항이다. 기존 1주택자가 인구감소지역 주택 1채 취득시 1주택자로 간주해 양도세 및 종합부동산세를 면제하는 것 역시 각각 조특법과 종부세법을 개정해야 한다. 또 지방 방문인구 확대를 위해 미니 관광단지 신설 지정·승인권한을 시도지사에서 기초자치단체장으로 이양하기 위해서도 관광진흥법을 개정해야 한다.

이밖에도 올해 한시적으로 비수도권 개발부담금의 100% 감면 및 학교용지부담금 50% 감면 대책 역시 각각 개발이익환수법 및 학교용지부담금법이 개정돼야 한다.



이같이 경방 주요대책 다수가 입법사항이지만 현재 여야는 새해벽두부터 김건희 여사 특검법 등으로 사실상 극한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정부는 쌍특검법이 이송되면 즉각 대통령 거부권을 행사한다는 입장이기에 여야가 화합 국면에 접어들 가능성은 크지 않다. 여야는 대주주 양도세 기준 상향 및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를 두고도 대치 중이다.

결국 현 여소야대 국면에서 야당을 설득하지 못하면 경방 정책 다수는 작동하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또 22대 총선 이후 여소야대 지형이 달라져 법 개정이 가능해진다고 해도 타이밍이 중요한 소비 활성화 대책 등은 적기를 놓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자료 = 기재부)
야당은 벌써 경방 정책을 ‘설익은 총선용 정책’이라고 비판하며 강력한 공세를 예고했다.

국회 기재위 야당간사인 유동수 민주당 의원은 이날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정부는 작년 하반기 8개월간 전통시장 소비가 얼마나 늘었는지 정책효과도 분석되지 않은 시점에 올해 상반기에 한해 전통시장 소득공제를 두 배 올리겠다는 정책을 냈다”며 “4월 총선까지만 전통시장이 북적이면 된다는 총선용 정책이 아니라면 제대로 된 내수부양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야당 관계자 역시 “사실상 총선 정국에 접어든 상황에서 경방에 나온 법개정 사항을 심도있게 논의하고 처리하기는 매우 쉽지 않다”며 “정부에서 금투세 폐지 등 여야 합의사항을 파기하겠다고 예고한 상황이라 더욱 대화가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국회에서도 빨리 입법처리할 부분에 대해서는 협조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