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 성폭행한 남편, 알고보니 전과자였다..끔찍해"
by김민정 기자
2023.10.26 11:05:21
[이데일리 김민정 기자] “결혼하기 전부터 강간 등의 범죄를 저질렀던 남편..그런 남자와 살 맞대고 살아왔다는 게 너무 끔찍하다”
26일 YTN 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는 A씨가 이같은 사연을 전하며 조언을 구했다.
A씨는 “아는 사람 한 명도 없는 지방 소도시에서 혼자 근무하다가 이웃이었던 남편을 처음 만났다”며 “외로웠던 저에게 남편은 큰 위안이 됐다. 남편과 저는 운동을 좋아한다는 공통점 때문에 금방 연인 사이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만난 지 1년이 다 되어가자 남편은 결혼 얘기를 꺼냈다. 하지만 저는 망설였다. 그 이유는 술 때문이었다”며 “남편은 술을 무척 좋아했다. 한 번 술을 마시면 다음날 일정이 있어도 새벽까지 마셨다. 제가 술자리를 정리하려고 하면 화를 내면서 물건을 집어던지는 등 난폭한 성향을 보였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A씨는 자신과 이보다 더 잘 맞는 사람이 없을 것 같았고, 무엇보다 남편이 술을 줄이겠다고 약속해 결혼식을 올렸다고 했다.
문제는 결혼 후 집들이를 하던 날 일어났다. A씨는 “밤늦은 시간까지 술잔이 오갔고 피곤해진 저는 먼저 방에 들어가서 잤다”며 “새벽에 소란스러원 나가보니 밖에 경찰이 와 있었다. 남편이 지인에게 성폭행을 시도했다는 신고가 들어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A씨는 “정말 충격적인 건 지인 중에서 남편에게 성폭행을 당했던 여성들이 더 있다는 사실”이라며 “남편의 전과를 살펴보니 결혼하기 훨씬 전부터 강간 등의 범죄를 저질렀더라. 법원에서 실형까지 선고받은 이력이 있었다. 그런 남자와 살 맞대고 살아왔다니 너무 끔찍하다. 이혼해야 하느냐”고 물었다.
A씨의 사연을 들은 유혜진 변호사는 “우리나라 민법은 제840조 제6호에서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를 재판상 이혼사유로 정하고 있다”며 “사연자는 배우자인 남편이 전과 사실, 범죄경력을 속여 큰 배신감을 느꼈다. 이렇게 부부관계인 신뢰가 무너지고 이로써 혼인관계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에 이르게 됐다면 민법 제840조 제6호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유 변호사는 “A씨는 남편이 성폭력 전과 등 중대 사실을 알리지 않고 침묵한 것은 소극적인 기망행위라고 봐야 할 것 같다”며 “따라서 혼인취소사유로 인정받을 수 있고, 배우자인 사연자의 지인에게까지 유사 강간을 저지르는 등 죄질도 안 좋아서 혼인 파탄의 책임이 전적으로 남편에게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전했다.
다만 혼인취소판결이 나오더라도 결혼한 기록은 지워지지 않는다고 했다. 유 변호사는 “혼인취소소송에서 승소하더라도 그 혼인의 효력은 장래를 향해서만 소멸한다. 과거의 결혼 자체가 무효로 되는 것은 아니다”며 “혼인관계증명서의 기록도 그대로 남아 있고, 혼인 중 출생한 자녀의 지위는 여전히 인정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유 변호사는 “혼인취소청구권의 경우 청구기간이 민법에 정해져 있어, 그 기간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사기 또는 강박으로 인한 혼인은 사기를 안 날 또는 강박을 면한 날로부터 3개월로 정해져 있다”며 “혼인신고 시점에 결혼 생활을 이어가기 힘든 질적인 사유, 즉 사기나 강박이 있었다는 사실을 몰랐다는 점을 입증해야 취소 사유로 인정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