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사위 "신한금융 `남산 3억원`, 檢 편파·봐주기 수사" 최종결론

by이성기 기자
2019.01.16 10:13:00

무고 의심 정황 다분한 기획성 고소 용인
형식적 조사 끝 '라응찬 봐주기' 등 면죄부
"조직적 위증·당선사례금 등 진상 명백히 규명해야" 촉구

서울 중구 신한은행 본점 전경. (사진=신한은행)


[이데일리 이성기 기자] 편파 수사와 봐주기 수사.

검찰 과거사위원회(과거사위)는 16일 신한금융 측의 `남산 3억원` 의혹과 관련, “사기업의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불거진 무고 의심 정황이 다분한 기획성 고소를 용인한 채 편파 수사와 봐주기 수사로 일관한 검찰권 남용 사례로 확인됐다”고 최종 결론지었다. 남산 3억원 의혹이란 이명박 전 대통령 취임 직전인 지난 2008년 2월 이백순 전 신한은행장이 라응찬 전 신한지주 회장 지시로 비자금 3억원을 서울 남산자유센터 주차장에서 누군가에게 전달했는데, 돈을 받은 사람이 이상득 전 의원이고 이는 이 전 대통령 당선 축하금 명목의 금품이 아니냐는 의혹이다. 하지만 현재까지 3억원을 받은 사람이 누구인지 명확히 드러나지 않았고 관련자 처벌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과거사위는 앞서 남산 3억원 의혹과 관련, 당시 검찰 수사팀이 뇌물 혐의 또는 정치자금법 위반 정황을 파악하고도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며 신속하고 엄정한 수사를 검찰에 촉구했다. 과거사위는 “2010년 9월 신한은행 측의 신상훈 전 신한지주 사장 고소로 검찰의 1차 수사가 이뤄졌고, 2012년 7월 언론 보도로 3억원 수수자가 이상득 전 의원이란 의혹이 제기돼 시민단체의 고발 및 2차 수사가 이뤄졌는데도 실체가 규명되지 않은 채 의혹만 양산해왔다”며 “범행 일시가 10년 전인 2008년 2월 중순이라 대가성이 규명될 경우 뇌물죄의 공소 시효가 남아 있는 점, 이 전 대통령 뇌물 혐의 수사 과정에서 남산 3억원의 실체를 밝힐 단서가 확보됐을 가능성이 큰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라 전 회장과 이백순 신한은행장 측이 신상훈 전 신한금융 사장을 축출하려는 의도로 기획한 허위고소라고 의심할 만한 정황이 다분했는데도 이를 무시한 채 적극적으로 수사에 임해 신 전 사장을 기소했다”며 “‘정금(政金) 유착’ 진상은 실체적 진실을 밝히지 못했고, 허위 고소를 주도한 라 전 회장 측의 형사 책임도 묻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대검찰청 진상조사단은 조사 결과를 과거사위에 보고하면서 “의혹의 실체가 명백히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 과정에서 일부 사실 관계가 확정된 데다, 신한은행이 2009년 검찰 수사에 대응하고자 남산 3억원의 ‘알리바이 자금’을 마련하기까지 했다는 것이다.

반면 2010년 9월 신한은행의 신 전 사장 고소 사건을 처음 맡은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은밀히 마련한 3억원을 남산에서 성명 불상자에게 건넸다’는 구체적인 직원 진술을 확보하고도 최초 진술 후 45일이 지나서야 신한금융 수뇌부 사무실 등의 압수수색에 나서는 등 수사가 미진했다고 조사단은 파악했다. 이 전 행장이 남산 현장에서 3억원 수수자와 통화했다는 진술 역시 확보했지만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할 때 핵심 관련자의 휴대전화가 압수대상 목록에서 아예 빠져 있었다는 점도 지적됐다.

위원회는 또 “당시 수사팀이 ‘정치인에 대해 진술하지 않는다면 정치자금법 위반을 적용할 수 없다’고 적힌 이 전 행장의 자필 메모를 압수수색에서 발견했지만 그의 신병확보를 통한 강제수사를 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한편 위원회는 위성호 전 신한지주 부사장(현 신한은행장)이 2010년 검찰 1차 수사 당시 ‘남산 3억원’과 관련한 사실 관계를 진술한 직원에게 “3억원이 정치권에 넘어가 문제가 될 가능성이 있다. 게이트화 할 경우 다칠 수 있다”며 진술을 번복하도록 회유했다는 사실을 조사단이 새롭게 확인했다고 전했다. 3억원 수수자와 관련해서는 “이상득 전 의원으로 속단하기는 어려우나 최소한 이명박 정권 실세에게 건네졌을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미보도 언론 취재 자료를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과거사위는 지난 6일 신한금융 사태와 관련해 재판 과정에서 위증한 것으로 보이는 라 전 회장, 이 전 행장, 위 전 부사장 등 신한금융 전·현직 임직원 10명에 대한 수사를 검찰에 권고했다. 검찰은 최근 남산 3억원 의혹과 관련, 신상훈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의 비서실장을 지낸 박모 전 본부장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다. 박씨는 17대 대선 직후인 2008년 1월 이백순 당시 신한은행장으로부터 현금 3억원을 마련하라는 지시를 받고 실제 자금인출을 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는 같은 해 2월 남산자유센터 주차장에서 3억원이 든 돈 가방을 대기 중이던 승용차 트렁크에 직접 옮겨 실었다고 지난 2010년 검찰 조사에서 진술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