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전의 재구성]6000여차례 주가조작…14명 쇠고랑

by성세희 기자
2015.04.24 14:10:42

코스닥 상장사 대표 경영난에 유상증자·시세조종
사채업자에 돈 빌려 유상증자도..회사는 끝내 문닫아

[이데일리 성세희 기자] 8일 오후 서울고법 404호 법정. 40~50대 남성 13명과 여성 1명이 차례로 피고인석에 섰다. 서울고법 형사7부(재판장 김시철)는 이날 주식 시세를 조종해 이익을 챙긴 혐의(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위반 등)로 이모(51)씨에게 징역 2년 6월을 선고하는 등 14명에게 모두 유죄 판결을 내렸다.

이씨는 4년 전만 해도 코스닥 상장사인 엘앤피아너스 대표이사이자 대주주였다. 이 회사는 플라스마 디스플레이 패널(PDP) TV 부품을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는 건실한 회사였다. 이씨는 2008년 6월, 경영난이 심화하자 운영자금 조달을 위해 100억원 규모의 제삼자 배정 유상증자를 추진하기로 했다. 신주 발행가격은 1125원.

이씨는 유상증자를 단행했다가 주가가 하락할 것을 우려해 회사 직원 공모(49)씨, 일반 투자자 김모(47)씨 등과 공모, 지인과 가족 명의 차명 주식계좌 11개를 이용해 시세조종에 나섰다.

이씨 등은 엘앤피아너스 주식 1224만주가량 사들여 이 중에서 950만주를 팔아가며 주가를 부양했다. 시장가격보다 높은 금액으로 주식을 사고 팔면서 거래가 성황을 이루고 있는 것처럼 투자자들을 속였다. 이때 이들이 동원한 차명계좌는 19개, 거래횟수는 6000여차례나 됐다.

그러나 100억원대 유상증자도 회사를 구하는 데 역부족이었다. 엘앤피아너스는 2009년 2월 적자폭이 커져 자본 잠식상태에 빠졌다. 재무 구조 개선을 위해 10 대 1 감자도 단행했다.



이씨는 또다시 시세조종에 나섰다. 이번에는 엘앤피아너스 사장 신모(46)씨에게 시세 조종을 지시했다. 신씨는 H증권 직원 최모(45)씨와 결탁해 총 350여차례에 걸쳐서 주식 매매거래를 조작해 엘앤피아너스 주가를 띄웠지만 효과는 미미했다.

다급해진 이씨는 다시 한 번 유상증자를 시도하는 한편 시세조종에도 손을 댔다. 그는 2009년 3월 사채업자 박모(50)씨 형제에게 연리 82%에 달하는 고리의 이자를 물어가며 52억원을 빌려 유상증자를 재추진하기로 했다.

이씨는 그해 6월 85억원 규모로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하면서 브로커인 윤모(45)씨와 짜고 시세조종과 함께 블록딜(기관투자자 대량 매매)을 동시에 진행하기로 했다.

브로커까지 동원해 시세조종에 나선 덕에 주가는 급등했고 이씨 등은 주가 상승으로 94억 6000여만원에 달하는 부당 이익을 얻었다. 그러나 사채업자인 박씨 형제에게 유상증자 때 끌어들인 사채와 높은 이자를 갚고 나자 이씨 등이 손에 쥔 돈은 얼마 되지 않았다. 엘앤피아너스는 2011년 12월 무리한 시세조종과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문을 닫았다.

재판부는 “주식 시세조종은 불특정 다수인 일반투자자에게 광범위한 손해를 끼칠 뿐만 아니라 건전한 투자 상식을 해치고 자본시장 발전을 저해한다”며 “특히 대표이사였던 이씨는 세 차례에 걸쳐 시세조종을 모두 지시하고 사채자금까지 끌어들이는 등 처벌받을 필요성이 크다”라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