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적기”…‘코로나 무풍지대’ 골프장 사업 뛰어드는 상장사

by조용석 기자
2020.09.16 11:01:00

‘골프웨어’ 크리스에프앤씨, 골프장 사업 300억 투자
‘피혁 제조·가공’ 유니켐, 채무보증 방식 사업 진출
재무구조 개선 급한 명문제약…‘더반골프클럽’ 매각중
"코로나 특수 누리는 골프장 사업…투자 기업 많을 것"

(그래픽= 문승용 기자)
[이데일리 조용석 기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골프 관련 사업이 전례 없는 특수를 누리면서 골프장 사업에 뛰어드는 상장사들이 늘고 있다. 또 몸값이 껑충 뛴 골프장을 매각해 재무구조 개선 및 경영정상화를 위한 발판으로 삼겠다는 회사도 있다.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 ‘골프웨어’ 크리스에프앤씨, 300억 투자…“시너지 기대”


핑(PING), 파리게이츠(PEARLY GATES), 팬텀(FANTOM), 마스터바니 에디션(MASTER BUNNY EDITION) 등 다수의 골프웨어 브랜드를 운용하는 크리스에프앤씨(110790)는 지난달 공시를 통해 골프장 개발 사업 진출 목적으로 (주)에스씨인베스트에 300억원(전년도 대여금 4억원 포함)을 대여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자기자본 대비 13.82%에 해당하는 적지 않은 투자다. 크리스에프앤씨는 최근 삼미홀딩스로부터 에스씨인베스트 지분 60%(6000만원)를 인수, 최대주주가 되면서 경영권도 확보했다.

회사가 에스씨인베스트에 자금 대여 후 지분인수 방식으로 골프장 사업에 진출한 이유는 골프장 개발 경험이 풍부한 삼미홀딩스의 자회사 삼미건설과 손잡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삼미홀딩스는 크리스에프앤씨가 지분을 확보하기 전 에스씨인베스트 지분 100%를 보유했다. 삼미건설은 LPGA 인터내셔널 부산, 베이사이드 골프클럽 등 다수의 골프장 건설 경험이 있다.

크리스에프앤씨는 골프장 사업을 통해 사업 다각화와 함께 현 주력 사업인 골프웨어와도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골프장 사업은 수익성이 매우 좋으며(수도권 기준 영업이익율 35% 이상) 투자 대비 자산 가치도 높다. 또 회사의 골프웨어 사업과 마케팅, 영업 차원에서 여러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며 “투자금 300억원은 기존 보유자금이며, 골프장 건설 시 총 투자자금은 자기자금과 차입금 포함 대략 1000억원 이하로 추정하고 있어 현재 시장 가치 대비 투자가치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삼미홀딩스와 손잡은 이유에 대해서는 “삼미건설이 골프장 건설 경험이 있는 것을 포함, 수도권에서 토지 매입이 상당 부분 이뤄졌다”며 “향후 잔여 토지 매입 난이도, 인허가 가능성, 예상 개장 시기 등을 고려해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피혁 제조·가공 업체인 유니켐(011330)은 손자회사인 유니골프앤리조트의 252억원 채무보증을 서는 방법을 통해 골프장 사업에 진출한다. 유니켐은 지난 10일 공시를 통해 자회사인 유니원과 함께 손자회사인 유니골프앤리조트의 대출 연대보증을 한다고 밝혔다. 252억원은 유니켐의 전년도 자기자본 대비 28.41%에 해당하는 규모다.



유니골프앤리조트는 유니켐이 골프장 사업 진출을 위해 지난 6월 설립한 신생법인으로, 자회사인 유니원의 종속회사다. 유니골프앤리조트는 대출한 자금을 통해 강원도 홍천군에 있는 골프장과 콘도미니엄 조성 사업 관련 부동산·사업권을 확보할 예정이다. 유니켐은 이와는 별도로 23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도 발행, 유니앤골프리조트에 자금을 추가 지원할 수 있는 가능성도 열어 놨다.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 재무구조 개선 위해 골프장 파는 명문제약


이들과 반대로 비싼 값에 골프장을 매각해 재무구조 개선 기회로 삼으려는 상장사도 있다. 수요 증가로 인해 골프장 가치가 높아진 현재가 매각의 적기라고 판단한 셈이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영업손실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명문제약(017180)은 종속회사인 명문투자개발이 소유한 경기도 이천시 소재 퍼블릭 골프장 ‘더반골프클럽’의 매각을 진행 중이다. 명문제약은 지난해 연결기준 143억원의 영업손실은 입은 데 이어 올해 상반기에도 153억원 규모의 영업손실을 기록중이다. 회사는 지난 4월 3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했고, 내부 구조조정도 진행하고 있다.

명문제약 관계자는 “자회사와 모회사 모두 손실이 있는 상태다. 골프장의 가치가 있을 때 정리를 해 자금 사정을 좋게 하고 본업인 제약에 더욱 집중하려고 한다”며 “골프장 매각은 재무구조 정상화를 위한 노력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아시아나항공(020560) 매각 무산으로 빨간 불이 켜진 금호아시아나그룹 역시 금호리조트가 소유한 골프장을 대거 매물로 내놓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금호리조트는 경기도 용인 아시아나CC와 중국 웨이하이포인트CC를 보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동안 골프 호황이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골프장 사업에 뛰어들거나 혹은 경영 악화 시 가치가 상승한 골프장을 먼저 처분하는 경우도 많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가 발간한 ‘레저백서2020’에 따르면 집계를 시작한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골프인구는 계속 증가하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약 470만명에 달했다.

서천범 한국레저산업연구소장은 “코로나로 피해가 큰 다른 사업과 달리 골프장 사업은 확실한 수익을 거두고 있어 몸값이 오르고 있는 것”이라며 “다른 산업과 달리 외상도 없고, 재고 걱정도 없고, 특별한 마케팅도 필요 없기에 진입하려는 기업이 많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