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코로나 위험성 알고도 숨겼다"

by김민정 기자
2020.09.10 11:01:07

우드워드, 트럼프 7개월 인터뷰 담은 책 '격노'

[이데일리 김민정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독감보다 훨씬 치명적이라는 것을 알고도 그 위험성을 은폐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9일(이하 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와 CNN방송 등은 다음주 발간 예정인 언론인 밥 우드워드의 신간 ‘격노’를 입수해 이같은 내용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우드워드에게 지난 2월 7일 “이것은 매우 까다롭고 다루기 힘든 것”이라며 “당신의 격렬한 독감보다도 더 치명적이다. 아마도 코로나19가 독감보다 5배 더 치명적일 것이다”라고 말했다.

우드워드는 트럼프 대통령과 18차례나 인터뷰하며 들은 코로나19에 대한 언급을 상세히 공개했다.

우드워드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1월 28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기밀 정보 브리핑을 받았을 때 로버트 오브라이언 국가 안보보좌관은 “코로나19가 대통령 임기 중 큰 국가안보 위협이 될 것”이라며 “(대통령이 직면하는) 가장 힘든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매슈 포틴저 당시 부보좌관도 세계적으로 약 5000만 명의 사망자를 낸 1918년 유행성 독감과 비슷한 수준의 보건 비상사태에 직면한 것이 명백하다고 대통령에게 말했다고 한다.

미국에서는 1월 26일 워싱턴주에서 첫 코로나19 증세 환자가 발생했으며 미 정부는 1월 31일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중국을 여행한 외국인의 입국을 차단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AFPBNews)
이와 관련 우드워드는 트럼프 대통령은 공개적으로 코로나19의 위험성을 경시해 코로나19에 대응할 기회를 날렸다고 지적했다.



우드워드는 3월 19일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공황을 조성하지 않기 위해 일부러 위험을 경시하고 있다고 자신에게 말하면서 젊은 층의 감염 위협도 인정했다고 폭로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오늘과 어제, 놀라운 사실이 몇 가지 나왔다”며 “나이 든 사람만이 아니다. 젊은이들도 많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4월 3일 코로나19 태스크포스 브리핑에서 바이러스의 위험을 여전히 경시하면서 그것이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지만, 이틀 뒤인 5일 우드워드에게는 “끔찍한 일이다. 믿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4월 13일에는 “쉽게 전염될 수 있다. 당신은 믿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우드워드는 5월 인터뷰에서 ‘바이러스가 재임 중 가장 큰 국가안보 위협이 될 것’이라고 경고한 오브라이언 보좌관의 말을 기억하느냐는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아니다”며 말을 얼버무렸다고 전했다.

미국에서는 코로나19 피해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났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우드워드는 트럼프 대통령이 7월 마지막 인터뷰에서 “바이러스는 나와 상관없다”며 “내 잘못이 아니다. 그건, 중국이 망할 바이러스를 내보냈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20명의 연방대법관 후보 명단을 발표한 직후 한 기자가 우드워드의 책과 관련해 “대중을 오도한 거냐”고 묻자 “공황을 줄이기 위해서라고 말하는 것이라면, 아마도 그렇다(오도했다)”라고 사실상 인정했다.

우드워드의 저서의 내용이 논란이 일자 케일리 메커내니 백악관 대변인도 “트럼프 대통령이 우드워드에게 단상에서 했던 의견과 같은 의견을 전달하고 있었다”면서 “수십만 명이 죽을 수 있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