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수유 칸타빌' 살 돈이면, 세곡 아파트 두 번 짓고도 남아"

by박경훈 기자
2023.02.09 11:00:00

9일 경실련, 'LH 매입임대 수도권 2만6188세대' 분석 발표
'악성 미분양' 수유 칸타빌 고가 매입 논란으로 점화
"LH, 공시가격 그대로 가격 지불하고 주택 매입"
LH 감정평가 방식 매입 개선해야 "건설원가 반영"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에서 경실련 관계자들이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서울경기 지역의 LH 매입임대 가격 분석결과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박경훈 기자] LH 매입임대 가격이 SH 건설원가와 비교해 터무니 없이 비싸다는 주장이 나왔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서울 지역 기준 LH 매입입대 아파트 경우 1억8000만원, 다세대 주택은 1억2000만원의 세금낭비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경실련은 “건설원가 수준으로 임대주택을 매입해야 한다”고 밝혔다.

강북 매입임대 아파트 구입 금액과 SH 공공아파트 건설원가 비교. (자료=경실련)
㎡당 수유팰리스 920만 vs 세곡 아파트 436만원

경실련은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지난 5년간(2016~2020년) LH 매입임대 서울·경기 지역 2만6188세대 분석결과를 발표했다.

최근 LH는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서울 강북구 칸타빌 수유팰리스’ 소형평형(전용 19~24㎡형) 36채를 사들이는데 79억 4950만원을 지급해 ‘고가매입 논란’을 불렀다. 1가구당 매입 가격은 2억2000여만원, 전용면적 ㎡당 920만원이다.

반면, SH가 공개한 ‘세곡지구 2-1’아파트의 전용면적 ㎡당 건설원가는 수유팰리스의 절반 아래인 436만원이다. 경실련은 세곡 2-1의 건설원가를 적용하면 전용면적 24㎡ 아파트 한 채를 짓는데 1억이 들며, 36채를 짓는다면 37억6353만원이 들 것으로 추정했다.

정택수 경실련 경제정책국 부장은 “수유팰리스를 사는 값이면 세곡 2-1 아파트를 두 번 짓고도 이윤이 남는다는 얘기”라며 “수유팰리스를 사들이는 가격으로 공공주택을 직접 지었다면 41억 8597만원의 세금을 낭비하지 않았거나 공공주택을 더 많이 지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LH는 서울·경기 지역에서 지난 5년간 매입임대에 총 5조8038억을 소요했다.



LH는 가구당 평균 2억 4000만원을 지급했다. 반면 가구당 공시가격은 1억7000만원, 공시가격 시세반영률이 69%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공동주택 공시가격 시세반영률은 2018년 68.1%에서 2020년 69%로 변동했다. 정택수 부장은 “공시가격 시세반영률은 LH가 시세대로 모든 금액을 지불하고 주택을 매입했음을 재확인시켜준다”고 설명했다.

서울 지역 LH 매입임대 주택 가격과 SH 공공아파트 건설원가 비교. (자료=경실련)
대상을 서울 지역으로 한정해 매입임대 주택 평균 수준인 59㎡으로 LH 매입임대 비용을 보면 아파트 기준 SH 건설원가 보다 1억8000만원이 더 들어간 것으로 조사됐다.

LH 매입임대 기준으로 서울 지역에 59㎡ 주택 1호를 매입하는데 아파트의 경우 4억4000억, 다세대의 경우 3억8000만원이 필요했다. 정 부장은 “세곡 2-1 단지 1호를 짓는데 2억6000만원이 드는 것과 비교하면, 매입임대 아파트의 경우 1억8000만원, 다세대는 1억2000만원 정도의 세금낭비가 발생한 것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LH가 미분양 주택 등을 높은가격에 사들여 임대하는 이유는 인근 거래사례를 참조하는 감정평가 방식 때문이다. 정 부장은 “가격이 폭등했을 때의 시세를 반영한 매매가격 또는 고분양가를 매입금액 기준으로 삼지 말고 건설원가를 반영해 감정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감정평가방식도 건설원가와 거래가격과 비교하여 양자를 균형있게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자료=경실련)
“집값 폭등 시기, LH 매입임대 급격히 늘려”

한편, LH의 5년 동안 서울·경기지역 매입임대 주택 매입금액은 5배가량 증가했지만, 주택 매입호수는 3배만 늘었다. 구체적으로 2016년에는 3700억원(2318가구), 2017년에는 5165억원(2952가구)이었지만, 2018년에는 1조45억(4866가구)으로 껑충 뛰었고 2019년에는 전년보다 1조1646억(4348호)보다 더 많은 2조1691억을 사용했다.

정 부장은 “매입금액보다 매입호수가 적은 이유는 호당 가격이 1억6000만원에서 최대 2억8000만원까지 상승한 영향이 크다”면서 “집값 폭등 시기, LH가 매입임대를 급격히 늘린 것은 그 자체로 잘못된 매입이자 혈세 낭비”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