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금이라더니…천당지옥 오가는 비트코인

by최훈길 기자
2022.02.22 11:50:28

3만8천달러 붕괴, 전년대비 22% 급락
우크라이나 쇼크, 금시세는 역대 최고
기관투자 늘면서 코인과 주식 커플링
달러 대안화폐 아닌 등락 큰 자산 성격

[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최근 비트코인 시세를 놓고 뒷말이 쏟아지고 있다. 디지털 금처럼 안전자산이라더니 급격하게 출렁이고 있어서다. 기관투자자들이 코인에 투자하고 있어, 앞으론 코인 시장이 금보다는 주식 시세처럼 출렁일 것이란 전망이다.

(사진=이미지투데이)


22일 암호화폐 시황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이날 오전 11시께 전날보다 4.10% 하락한 3만7198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1주 전보다 14.59%, 1년 전보다 21.99% 급락한 결과다. 지난 19일 4만달러 미만으로 떨어지고 나흘 연속 4만달러가 붕괴했다.

다른 코인은 더 떨어졌다. 비슷한 시간대에 전날보다 아발란체는 11.06%, 솔라나는 11.85%, 바이낸스 코인은 8.46%, 도지코인은 7.27%, 폴카닷은 6.80% 각각 하락했다. 특히 솔라나는 52.99%, 폴카닷은 43.07% 각각 1년 전보다 급락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공포가 커지면서 위험 자산을 회피하는 경향이 짙어졌기 때문이다.

반면 금 시세는 최근 들어 계속 오름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1일 기준 국제금시세는 트로이온스당 1892.97달러로 올랐다. 22일(오전 9시10분 기준) 국내 금시세는 3.75g당 31만6000원을 기록했다. 역대 최고가다. 종전 최고치(2020년 8월6일 31만4000원)를 경신했다. 금을 안전자산으로 인식해 투자자 매수세가 유입된 여파다.



최근 이 같은 흐름은 ‘비트코인=디지털 금’이란 인식을 깨는 결과다. 앞서 비트코인은 대체투자 수단으로 각광 받기도 했다. ‘인플레이션 우려→금리 인상→기업의 이자 부담 증가→주가 하락’ 상황에서 투자자들이 금을 사놓듯이 비트코인으로 눈을 돌렸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 등으로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도 비트코인을 매수했다. 하지만 최근 추세는 ‘디지털 금’이라고 보기 힘든 상황이다.

오히려 코인은 증시와 서로 비슷하게 움직이는 커플링, 동조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24일 비트코인은 3만5000달러 안팎을 기록해 작년 7월25일(3만5350달러) 이후 6개월 만에 최저치를 찍었다. 당시에는 나스닥 등 미국 증시 3대 지수 모두 하락했던 때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앞두고 주식과 코인이 함께 하락한 것이다. 이번 우크라이나 충격에서도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가상자산 전문가인 최화인 블록체인 에반젤리스트는 “주식과 코인이 커플링 되는 것은 기관 투자자들이 비트코인에 투자했기 때문”이라며 “최근에 코인이 하락세를 보이는 것은 글로벌 기관투자자들이 코인을 파는 등 자산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결과”라고 설명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전 자본시장연구원장)는 “최근 시세는 야생마 같던 비트코인이 가축처럼 교화돼 길들어지는 상황을 보여준다”며 “비트코인이 달러의 대안화폐 성격을 거의 보이지 않고 있지만 그렇다고 비트코인이 사라지기는 어렵다. 기관투자자들이 코인 투자에 나선 상황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1주일 비트코인 시세. (사진=코인마켓캡)
최근 금 시세. (사진=한국금거래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