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이후 10년…저무는 '양적완화의 시대'

by김정남 기자
2018.01.01 16:22:01

이코노미스트 절반 "日, 올해 통화정책 변경"
유럽 경제 반등…양적완화 무용론 '스멀스멀'
문제는 물가 둔화…'QE 지속론'도 적지 않아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BOJ) 총재.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올해가 글로벌 금융위기 10년의 터널을 빠져나오는 통화정책 정상화의 원년이 될 수 있을까.

‘양적완화(QE)의 대명사’ 일본과 유럽이 올해부터 서서히 돈줄을 조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와 주목된다. 미국과 영국 등 다른 선진국과 통화정책의 발을 맞출 것이라는 의미다.

2일 한국은행과 외신 등에 따르면, 지난달 블룸버그 설문조사에서 절반에 가까운 46.3%의 이코노미스트들은 “일본은행(BOJ)이 올해 중 통화정책을 변경할 것”이라고 답했다. “내년 이후”로 답한 이들은 전체의 53.7%였다.

일본은 ‘잃어버린 20년’으로 악명이 높은 나라다. 무시무시한 디플레이션(물가가 하락하고 경기가 침체하는 현상)이 만성화된 나라다. 이를 깨기 위해 지금도 실시하고 있는 게 이른바 양적·질적 완화정책(QQE)이다. △국채(연 80조엔 순증) 매입 △BOJ 예치금 일부에 마이너스금리(-0.1%) 부과 △장기금리 0% 유지 등이다.

다만 최근 통화정책 변화 가능성이 스멀스멀 나오는 것은 ‘비전통적인’ 초저금리 장기화에 따른 금융 부작용 우려 때문이다.

이를테면 일본 닛케이지수는 지난 2012년 말 1만345.2에서 지난해 11월 말 2만2724.9까지 올랐다. 그만큼 주식시장이 과열돼 있다는 평가다. 금융기관 수익성도 악화 일로다. 은행의 자산 수익률은 2013년 0.40%에서 2016년 0.30%로 하락했다.



박병걸 한은 도쿄사무소 과장은 “BOJ는 국채 매입 80조엔 순증 목표를 명목상 유지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2016년 이후 규모를 축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국채 순증 예상액은 63조6000만엔. 돈 푸는 규모를 이미 줄이고 있다.

일본 경기도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 BOJ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기업 단기경제 관측조사에서 대기업·제조업 기업환경 판단은 11년 만에 최고치로 급등했다.

지난 2016년 이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등 주요국 중앙은행의 정책금리 추이다. 출처=자본시장연구원·블룸버그


유럽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최근 유럽중앙은행(ECB)은 올해 9월까지 QE를 지속하기로 공언했다. 그럼에도 시장 일각에서는 올해 말에는 QE를 끝낼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과 마찬가지다. 암울했던 유럽 경제가 반등하고 있는 게 첫 손에 꼽힌다. ECB 전망을 보면, 지난해 성장률 전망치는 2.4%로 2014년(1.3%)보다 상승했다. 실업률도 2014년 7월 11.5%에서 지난해 10월 8.8%로 큰 폭 개선됐다.

권태율 한은 프랑크푸르트사무소 과장은 “ECB의 향후 통화정책향방을 두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면서 “특히 QE 종료 전 기준금리 인상 여부가 주요 이슈”라고 말했다. 현재 ECB 예치금리는 -0.4%다. 마이너스금리는 QE보다 더 비전통적인 통화정책으로 꼽힐 정도다.

하지만 변수도 있다. 이상하리만치 오르지 않는 물가다.

일본은 확장적 통화정책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물가 상승률(전년 동기 대비)이 0% 후반대에 그치고 있다. 지난해 11월 상승률은 0.9%. 앞선 9월과 10월의 경우 각각 0.7%, 0.8%였다. BOJ 목표치(2.0%)에 크게 못 미친다. 물가가 오르지 않으면 긴축에 나서기 부담스러울 수 있다.

유럽도 물가가 골칫거리다. 주요 기관들의 올해 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1.3~1.5%다. QE를 지속해야 한다는 주장의 주요 근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