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 기업 자금난 현실화..“2분기 만기도래 회사채 15조”

by김종호 기자
2020.04.08 10:33:30

CEO스코어, 사업보고서 제출 334개사 회사채 전수조사
연말까지 만기도래 37조 4000억..4∼6월에 약 40% 몰려
체감 경기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정부 자금 지원 절실

국내 주요 기업의 4~6월 만기도래 회사채 현황. (자료=CEO스코어)
[이데일리 김종호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국내 기업의 자금난이 현실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올해 남은 기간 만기가 도래하는 국내 500대 기업의 회사채 규모가 37조원에 이르는 등 위기가 코앞으로 다가온 상황이다. 재계에서는 제조업 등 기업들의 체감 경기가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에 근접했다며 정부의 자금 지원 등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기업평가사이트 CEO스코어는 8일 국내 500대 기업 중 234곳의 사업보고서를 조사한 결과 지난해 말 기준 이들이 보유한 회사채가 총 300조 7444억원에 달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연내(4~12월)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는 37조 4607억원으로 집계했다. 또 이 가운데 39.4%인 14조 7545억원은 상반기 내 상환해야 하며 12조 3146억원은 3분기 안에, 10조 3916억원은 4분기까지 갚아야 하는 것으로 조사했다.



21개 업종 가운데 상반기 내 만기도래 회사채 규모가 가장 큰 업종은 공기업으로 3조 5262억원으로 나타났다. 석유화학(1조 2930억원)과 조선기계설비(1조 2570억원), 여신금융(1조 2300억원) 등도 6월 말까지 만기를 앞둔 회사채가 1조원이 넘었다. 이어 유통(9853억원)과 증권(7100억원), 서비스(6500억원), 식음료(6280억원), 건설 및 건자재(6272억원), 자동차 및 부품(5820억원), IT·전기·전자(5819억원) 등 순으로 만기 회사채가 많았다.

기업별로는 한국전력공사의 6월 말 만기 채권이 1조 4400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한국동서발전(6789억원)과 두산중공업(034020)(6720억원), 하나카드(4700억원), 한국남동발전(4273억원), 삼성카드(029780)(4100억원), NH투자증권(005940)(4000억원), 롯데캐피탈(3500억원), 호텔롯데(3019억원), 한국수력원자력(3000억) 등이 회사채가 많은 상위 10개 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재계에서는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제조업 등 국내 기업의 체감 경기가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까지 떨어졌다고 우려하면서 정부의 과감한 금융·세제 지원과 기업조사 유예 등을 요청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2분기 제조업 등 주요 업종의 체감경기가 국내 소비와 생산은 물론 글로벌 수요까지 직격탄을 맞으면서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에 근접한 상황”이라며 “특히 미국·유럽 등지에서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퍼지는 등 장기화 추세를 보이고 있어 체감경기의 반전이 쉽지 않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기업들이 단순한 매출과 수출 감소뿐만 아니라 부품·자재 조달, 자금 경색 등 여러 피해를 입은 만큼 정부의 적극적인 금융·세제 지원과 공정거래·세무조사 등 기업조사 유예, 조업 재개를 위한 외교적 노력, 서비스·신산업 관련 규제개혁 등이 절실해 보인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