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백본 클라우드]“경쟁자 아닌 러닝메이트”…토종기업 합종연횡 활발

by장영은 기자
2020.08.13 10:49:24

AWS·MS·구글 등 외산 클라우드 점유율 과반
IT 업종 내 토종 연합군 결성·기술 협업도 활발
하이브리드·멀티 클라우드 추세에 적극 대응
공공시장을 마중물로..토종 중소연합군도 출범

[이데일리 장영은 김현아 기자] 기업들이 디지털전환을 위한 기술 중 하나로 클라우드를 가장 많이 고려하고 있다. KT가 기업고객 350개사에 물었더니(2019년 1분기·복수응답) 클라우드 70%,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49%, 모바일 45%를 꼽은 것이다. 이처럼 디지털전환의 백본 구실을 하는 클라우드는 구축형을 제외한 국내 공용 클라우드만 올해 2조9200억원, 2021년 3조4400억원 등으로 연평균 20.5%씩 확대될 전망이다.

이처럼 각광을 받고 있는 클라우드는 언제 어디서나 필요한 만큼의 컴퓨팅 자원을 필요한 시간만큼 인터넷을 통해 활용할 수 있는 컴퓨팅 방식이다. 전산 자원을 아끼고 AI 같은 첨단 서비스 개발에 유용한데다 최근 비대면 서비스 활성화로 시장이 활짝 열렸다. 하지만 글로벌 클라우드 시장은 아마존웹서비스(AWS)·마이크로소프트 애저·구글 클라우드·알리바바 클라우드 등 4개사가 59.9%(2019년 기준·카날리스)를 차지할 만큼 IT 공룡들이 장악했다.

글로벌 IT공룡들이 장악한 시장이라고 해도 우리 기업들이 디지털 전환의 핵심인 클라우드를 포기할 순 없다. 국내 클라우드 전환율이 5% 수준에 그치는 만큼, 국내 IT서비스·소프트웨어·인터넷·통신사들은 업(業)의 경계를 넘어 협업하는 한편, 외산 클라우드를 적절히 이용해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홍원표 삼성SDS 사장과 이준호 NHN 회장이 지난 5월 클라우드 사업 부문의 전략적 협력 강화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데 이어, 7월 21일 클라우드 서비스 및 데이터 분석, 사이버보안, 블록체인 분야 공동사업 확대를 위한 사업협력협약(BCA)을 체결했다.


IT 업종 내 토종 연합군 결성·기술 협업도 활발




글로벌 테크 기업에 맞선 국내 기업들의 전략은 적극적인 협업이다.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시장에선 AWS과 MS 강세에 맞서 삼성SDS와 NHN이 손잡았다. NHN의 클라우드에 삼성SDS의 데이터 분석과 블록체인·보안 솔루션을 제공해 경쟁력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SK텔레콤은 토종 클라우드 관리 기업(MSP·Managed Service Provider)베스핀글로벌과 5G 초저지연성을 활용한 클라우드 서비스 개발에 나선다. 베스핀글로벌은 클라우드 관리 플랫폼 ‘옵스나우’와 SK텔레콤, SK C&C, SK인포섹의 기술을 결합해 멀티·하이브리드 클라우드 관리 플랫폼을 공동으로 개발한다.

KT와 티맥스에이앤씨, 한글과컴퓨터, 틸론, 인베슘 등 5개사는 공공기관 대상 서비스형데스크톱(DaaS) 사업에 함께 진출하기로 손잡았고, LG CNS는 올해 1월 메가존클라우드와 손을 잡고 클라우드 전환·운영 전문 합작법인 ‘클라우드그램’을 설립했다. SK C&C는 MS 클라우드 ‘애저’ 국내 파트너인 ‘클루커스’의 지분 18,84%를 인수하기도 했다. 김주성 KT 상무는 “AWS 등에 맞서 국내 기업들은 공공 및 금융 시장부터 레퍼런스를 쌓으려고 하는데, 서로 경쟁도 하지만 NBP(네이버비즈니스플랫폼), NHN 등과 협력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공공·금융 시장을 마중물로..토종 중소연합군도 출범


국내 기업들이 먼저 보는 시장은 공공과 금융시장이다. 민간 시장에 도전하고 싶지만 아직 실력이 딸리는 게 사실이다. 지난해 대한항공은 대형 항공사 중 처음으로 IT시스템에 클라우드를 전면 도입키로 하면서 20년 동안 끈끈한 관계를 맺었던 IBM 대신 AWS와 LG CNS에 맡겼고, 올해 게임업계 강자 넷마블은 AWS를 쓰다가 AI 적용분야는 구글 클라우드로 바꿨지만, 국산 클라우드가 아니다.

하지만 별도의 보안인증이 필요한 공공과 금융시장은 다르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이 주관하는 클라우드 보안 인증 등이 필요하다. KT, NBP, NHN, LG CNS, 삼성 SDS 등이 받았고, 구글이나 MS, AWS 등은 받지 못했다.

3분기 보안인증을 준비 중인 토종 클라우드 솔루션 업체 이노그리드 김명진 사장은 “이미 확정된 내년 공공 클라우드 규모만 5000억원”이라면서 “대부분의 부처 연구개발(R&D)나 시범사업 프로젝트도 클라우드 기반 사업으로 나온다”고 말했다. 이노그리드(클라우드), 솔트룩스·마인즈랩(인공지능), 블로코(블록체인) 등 중소 소프트웨어 기업 50곳은 ‘한국데이터허브 얼라이언스(K-DA)’를 만들어 국산 클라우드 위에 국산 솔루션을 얹어 서비스하는 모델도 추진 중이다. 김 사장은 “K-DA는 협동조합으로 공동으로 사업을 수주하면 조합 회원사들에게 이익을 재분배하기로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