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보복 덮친 韓경제‥한은, 0.25%P ‘깜짝’ 금리인하(종합)

by김경은 기자
2019.07.18 10:14:47

18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 개최
미국 연준보다 앞선 방향 전환 '이례적'
일본 규제 여파에 韓 성장률 둔화 우려
금통위 7월 동결+8월 인하설 뒤집고 전격 ‘인하’ 결정

[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8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데일리 김경은 김정현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본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기존 연 1.75%에서 1.50%로 전격 인하했다. 지난해 11월 1.50%에서 1.75%로 인상한 이후 8개월 만에 인하 기조로 돌아선 것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 앞서 방향을 먼저 튼 것은 이례적이다. 시장의 예상을 뒤엎은 것이다.

한은은 18일 오전 이주열 한은 총재 주재로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25bp(1bp=0.01%포인트) 인하한다고 밝혔다.

경제·금융 전문가 대다수는 이번 달 동결이 유력하다고 봤다. 이데일리가 최근 전문가 1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해보니 9명은 이번 달 동결을 점쳤다. 이들 대다수는 금리인하가 다음달 단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금융투자협회가 펀드매니저와 애널리스트 등 채권시장 전문가 200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던 설문조사 결과를 봐도 응답자 70%가 이번달 동결을 전망했다.

전격 금리 인하를 결정한 것은 그만큼 국내외 경제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컨센서스가 있었다는 뜻이다. 지난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가 -0.4%를 기록하면서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가입국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한데다, 대외 환경도 갈수록 악화일로다.

미·중 무역분쟁의 불확실성은 여전한데, 이에 더해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규제로 인한 성장률 경로 불확실성은 그 어느때보다 높아졌다. 시장 일각에서는 일본 제재가 계속돼 반도체 수출이 추가로 타격을 받는 경우 올해 경제성장률이 1%대로 크게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채권연구원은 “일본의 수출규제로 인해 3분기 반도체 생산량이 10% 감소하는 경우 올해 성장률 2% 지키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이 연구원은 이번달 인하를 예상했다.



상황이 악화되면서 완화적 통화정책을 굳이 미룰 이유가 없다는 판단이 있었을 것이라는 뜻이다.

미국보다 앞서 기준금리를 내렸지만, 한미감 금리 역전에 따른 자본유출 우려는 크지 않다는 점도 한은의 전격 인하 결정을 덜어준 요인으로 분석된다. 한은이 이번에 금리를 내리면서 한미간 금리차는 0.75%포인트에서 1.00%포인트로 확대됐다.

그러나 이달 말(30~31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인하 가능성이 거의 기정사실화된 만큼 금리차는 다시 좁혀질 가능성이 크다.

고승범 한은 금통위원은 앞서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연준에 앞서 금리인하를 단행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연준이 이달 금리를 내릴지는 두고봐야하고, 우리가 연준과 일대일 대응 관계에 있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당장 자본유출을 걱정할 상황도 아니다“라고 말한 바 있다. 미국과 우리나라의 금리차가 더 벌어지더라도 차익거래요인 등으로 자본유출 우려가 적은 만큼 연준보다 선제적 금리인하도 불가능하지 않다고 본 것이다.

금통위가 금리조정의 바로미터로 삼는 소비자물가도 반년째 0%에 머무르며 목표 수준(2%)를 한참 밑돌고 있다. 호주 등 주요국들이 이미 금리인하를 단행한 것도 한은 금통위의 금리인하에 영향을 줬을 것으로 보인다.

시장도 전날 금통위가 예상보다 더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 면모를 보일 수 있다는 생각에 국채를 사들였다.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지난 17일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일 대비 3.2bp(1bp=0.01%포인트) 하락한(채권 가격 상승) 1.399%에 거래됐다. 2016년 10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다만 금리 인하가 부동산 가격 상승을 자극하면서 금융불균형 우려를 키울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하다. 이에 이날 금통위에서 이 총재 외에 이일형 조동철 고승범 신인석 임지원 윤면식 금통위원 중 금리동결 소수의견을 낸 위원이 몇 명이나 됐을지도 관심사다. 이날 오전 11시께 열리는 이 총재의 기자간담회에서 소수의견 여부가 나올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