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세 정년 시행 이후 청년 등 신규 고용 줄었다”

by김종호 기자
2020.03.04 10:07:23

CEO스코어, 312개 기업 분기보고서 분석
"근속연수 10.1년서 11.1년으로 1년 증가 그쳐"
"증가 기업 20곳 중 14곳 직원수 크게 줄었다"

한 채용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채용공고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이데일리DB)
[이데일리 김종호 기자] 정부가 ‘60세 정년 의무화’를 시행한 이후 국내 기업의 청년 등 신규 고용이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4일 기업평가사이트 CEO스코어가 국내 500대 기업 중 분기보고서를 제출하는 312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들 기업의 고용은 2015년 말 125만 6933명에서 2019년 말 130만 5206명으로 4만 8273명(3.8%) 늘었다. 또 같은 기간 근속연수는 10.1년에서 11.1년으로 1.0년(10.2%) 길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고용안정과 일자리 창출을 목적으로 2016년부터 60세 정년 의무화를 시행한 가운데 기업의 평균 고용과 근속연수가 다소 늘어난 것이다.

하지만 정년이 늘어남에 따라 일부 기업들은 오히려 청년 등 신규 고용을 줄인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근속연수가 늘어난 상위 20개 기업 가운데 14개사는 오히려 직원 수가 4년 전보다 크게 줄었다.



S&T모티브(064960)의 경우 정년 연장에 따라 근속연수가 2015년 말 16.5년에서 2019년 9월 22.2년으로 5.7년 늘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이 회사의 직원 수는 910명에서 766명으로 144명(15.8%)이나 감소했다. 대우건설(047040)과 삼성중공업(010140)도 각각 5.1년, 3.8년 근속연수가 증가했지만 직원 수는 202명(-3.6%), 3905명(-27.9%) 급감했다. 현대건설(000720)과 신한(005450)카드, SK(034730)건설, 금호타이어(073240) 등도 근속연수는 3년 이상 늘었지만 직원 수 감소가 두드러졌다.

반면 정년 연장에도 불구하고 근속연수가 줄어든 기업에서는 대부분 직원 수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근속연수 감소 폭이 가장 큰 20개 기업 가운데 고용이 늘어난 기업은 13개사로 절반이 넘었다.

계룡건설(013580)은 근속연수가 2015년 말 10.6년에서 2019년 9월 7.2년으로 3.5년 줄었으나 이 기간 직원 수는 989명에서 1385명으로 396명(40.0%) 오히려 늘었다. SK가스(018670)와 한국전력(015760)공사 등도 3년 이상 근속연수가 줄었지만 직원 수는 각각 142명(43.8%), 2000명(9.7%) 뛰었다.

CEO스코어 관계자는 “근로자 정년이 5년 늘어났음에도 애초 기대했던 고용과 근속연수 증가 등 기대만큼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는 상황”라면서 “정년이 늘어난 만큼 신규 고용을 축소했고 30~40대 조기 퇴직자가 늘어나는 등 부작용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