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후폭풍…中, 美 대사 초치에 불매운동까지

by김인경 기자
2018.12.10 11:15:48

中, 주중 캐나다 대사 이어 주미 대사도 초치해 항의
중국 IT기업, '아이폰 사면 상여금 깎는다' 美 불매운동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형사적 문제…내가 하는 일과는 별도"

[베이징=이데일리 김인경 특파원]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인 화웨이의 멍완저우 부회장 겸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체포되고 나서 중국과 미국의 갈등이 더욱 불거지고 있다.

10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중국 외교부는 전날 테리 브랜스테드 미국 대사를 초치해 멍완저우 체포에 항의하고 석방을 요구했다.

러위청 중국 외교부 부부장(차관급)은 브랜스테드 대사에게 “미국은 중국 시민의 합법적인 권익을 심각하게 악의적으로 침해했다”며 “미국이 중국의 엄정한 입장에 주의를 기울여 잘못된 행동을 즉시 바로 잡고 중국인에 대한 구속영장을 취소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런정페이 화웨이 설립자의 딸인 멍 부회장은 지난 1일 미국의 요청에 따라 캐나다 밴쿠버에서 체포됐다. 밴쿠버에서 7일 열린 보석 심리에서 미국 측은 멍완저우가 이란 제재를 회피하고자 미국 은행들에 거짓말을 했다고 주장했다. 중국은 멍 부회장의 석방을 요구하고 있지만, 그는 미국으로 인도될 가능성이 큰 상태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이 ‘휴전’을 선언하자마자 이 같은 일이 터지며 양국의 갈등은 전례없이 불거지고 있다.

홍콩매체 빈과일보에 따르면 중국 광둥성 선전에 있는 멍파이기술그룹은 멍 부회장의 체포 이후 ‘애플 아이폰을 사는 직원은 상여금을 깎는 대신 화웨이와 같은 중국 국산 스마트폰을 사면 제품값의 15%를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회사 측은 사내에서 사용하는 컴퓨터와 차량도 미국산 제품을 쓰지 않기로 하며 “이번 규정은 앞으로 3년간 유효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 회사뿐만 아니라 쓰촨·후난·산시성 등에서도 기술 기업을 중심으로 화웨이를 지지하며 미국산 제품을 불매하는 운동이 전개되고 있다.

미국도 긴장상태다. SCMP는 세계적인 IT기업 시스코는 지난 7일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불필요한 중국여행을 자제할 것을 주문했다. 자칫 직원들이 중국에서 억류되는 등 보복을 당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시스코는 이 보도가 나간 직후 메일을 보낸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통상적인 출장은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과 캐나다의 마찰 또한 증가하고 있다. 전날 중국은 존 매캘럼 주중 캐나다대사를 불러 멍 부회장의 석방을 요구하며, 석방하지 않을 시 캐나다가 그 결과에 대해 온전히 책임져야 할 것이라 밝혔다.

캐나다 역시 이에 반발하며 서부 브리티시 컬럼비아 주(州) 무역사절단이 중국 방문 계획을 취소했다. 이들은 당초 일본을 거쳐 중국을 방문하기로 했지만 “현재 진행되고 있는 멍 부회장과 관련한 사법 절차 때문에” 중국 방문을 취소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미국은 멍 부회장의 이슈가 무역협상과는 관계가 없다는 태도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미국 CBS 페이스 더 네이션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멍 부회장 체포 건이 미 협상단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하느냐는 질문에 “큰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중국인들이 이 사건(멍 부회장의 체포)을 어떻게 볼 지 이해할 수 있다”면서도 “이 사건은 형사적 문제로 내가 하는 일(무역협상)과 완전히 별도의 문제”라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