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공군 女중사, 군사경찰단장이 '단순사망' 허위보고 지시"

by이용성 기자
2021.06.21 11:29:38

군인권센터, 21일 '공군 女중사 사망' 사건 폭로 회견
"공군 수사라인 수뇌부가 '단순 사망' 허위보고 지시"
"수사심의위원회 못 믿어…민간 조사단도 참여해야"

[이데일리 이용성 기자] 선임 간부에게 성추행 피해를 당하고 극단적 선택을 한 공군 제20전투비행단(20비) 여성 부사관 사건을 ‘단순 사망’으로 허위 보고하는 과정에서 공군 수사라인 수뇌부가 개입한 정황이 포착됐다는 폭로가 나왔다.

공군 부사관 성추행 피해 사망 사건 관련 2차 가해 혐의를 받는 공군 제20전투비행단 소속 노 모 준위가 지난 12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보통군사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후 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군인권센터는 21일 서울 마포구 센터 교육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복수 관계자의 제보를 통해 ‘공군 제20전투비행단 성폭력 피해자 사망 사건’에 대한 조직적 은폐에 공군 수사라인 수뇌부가 개입하고 외압을 가한 정황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센터에 따르면 지난 5월 23일 국방부 조사본부에 해당 사건이 단순 사망 사건으로 보고됐을 당시, 공군본부 군사경찰단장인 A대령은 4차례나 ‘성추행 피해자’가 사망했다는 점을 사건 보고서에서 빼라고 지시했다.

앞서 성폭행 피해를 당하고 지난달 22일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한 고(故) 이모 중사 사건은 국방부에 ‘단순 사망 사건’으로 보고가 됐다. 서욱 국방부 장관도 지난 9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5월 24일에는 ‘피해자 단순 사망사건’으로 정식 서면보고를 받았다”고 시인한 바 있다.

센터는 “수사 지휘라인이 작심하고 사건을 은폐했다는 것은 매우 심각한 사안”이라며 “국방부에 허위보고까지 감행한 것으로 볼 때 공군 수사 지휘라인은 사건을 적당히 무마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이유에 대해 임 소장은 “군이 피해자가 당한 성추행 사건과 사망 사건과의 인과관계를 밝히지 않으려 할 것”이라며 “자기 조직이 피해자를 보호하지 못했다고 인정하기 싫어서 그렇다”고 추측했다.

또 센터는 지난 3월 20비에서 성폭력 피해를 자체 조사할 당시 사건을 담당한 군사경찰대대 수사계장이 가해자의 진술을 듣지도 않고 ‘불구속 의견’을 결정해 상부에 보고했다고 폭로했다.



임 소장은 “모종의 외압 없이는 일선 부대 수사계장이 이상한 판단을 내리기는 쉽지 않다”며 “국방부조사본부는 꼬리 자르기식 수사가 아닌 다른 외압은 없었는지 면밀히 수사를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더는 군의 ‘제 식구 감싸기’ 수사를 믿을 수 없고, 밀실에서 진행되는 수사가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며 “수사심의위원회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민간과 함께 공동 조사단을 꾸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21일 오전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임태훈 소장이 공군 부사관 성추행 피해 사망 사건 당시 공군본부 군사경찰단의 보고 정황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지난 3월 초 충남 서산 20비에서 근무하던 고 이 중사는 회식에 참석했다 돌아오던 중 선임 장모(남) 중사에게 성추행을 당했다. 이후 5월 22일 혼인신고를 마치고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 과정에서 이 중사는 성폭력 피해 사실을 군에 신고하고, 자발적으로 부대까지 전속 요청도 했지만 군의 조직적인 회유와 압박 속에서 제대로 보호조치를 받지 못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국방부는 지난 1일 오후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공군이 수사하던 해당 사건을 국방부 검찰단으로 이관해 수사할 것을 지시했다. 국방부 검찰단은 최초 사건이 벌어진 20비를 압수수색하고 관련자를 조사하는 등 수사를 이어오고 있다.

또 국방부 검찰단은 2차 가해에 대해서도 수사의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4일과 계룡대 공군본부 군사경찰단과 제15특수임무비행단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특히 제15특수임무비행단 이 중사가 분리 조치된 부대로 이 중사의 신상을 노출하는 등 2차 가해 의혹을 받고 있는 부대다.

아울러 21명으로 구성된 국방부 특별감사팀은 지난 7일부터 11일까지 공군본부, 20비 등에 투입돼 지휘부를 비롯한 100여명에 대한 감찰조사도 진행한 상태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면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등에 전화하면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