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롯데홈의 변신, 일회성 이벤트에 안 그치길

by민재용 기자
2015.03.04 11:05:27

[이데일리 민재용 기자] 롯데홈쇼핑이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이름 빼고 잘못된 조직 시스템을 다 바꾸겠다는 태세다. 갑질 논란의 중심이 된 기업인 만큼 이미지 쇄신을 통해 새롭게 태어난다는 각오다. 물건을 납품하는 중소협력사들은 이제 “일 할 맛 난다”는 반응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러한 변화가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롯데홈쇼핑의 제도 개선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프로듀서, 쇼호스트, 품질관리사 등 대외업무와 관련이 있는 부서 직원 모두에게 업무 추진비를 지원하는 제도다. 그동안 업무 추진비는 부서장이나 관리자급 이상에게만 지급됐다.

롯데홈쇼핑이 이 제도를 도입한 것은 홈쇼핑 종사자라는 우월적 지위를 활용해 임직원들이 중소 협력사에서 향응을 제공받을 가능성을 원천 봉쇄하기 위해서다.

그동안 납품업체로부터 무상으로 받아오던 샘플 제품도 구매해 사용토록 한 ‘샘플 운영 규정’ 도입도 파격적이다. 제품 품질 테스트라는 미명하에 임직원들이 공짜로 납품업체 물건을 사용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제도 시행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홈쇼핑 업계는 롯데홈쇼핑의 이러한 변신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지난해 전·현직 임직원들의 비리로 검찰의 수사를 받았던 롯데홈쇼핑이 재승인 심사를 앞두고 ‘보여주기’식 제도 개선을 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 홈쇼핑 업계 관계자는 “상생이라는 취지는 좋지만, 업계의 관행을 무시하고 나 혼자 깨끗하다는 식의 보여주기식 제도 개선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이유야 어쨌든 협력사와 상생을 추구하려는 롯데홈쇼핑의 시도는 칭찬해줄 만한 일이다. 재승인을 받기 위한 노력일지라도 업계 관행을 깨고 스스로 개혁을 시도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단 롯데홈쇼핑이 ‘보여주기식 변신’이라는 비난을 피히기 위해선 지금의 노력을 앞으로도 계속 유지해야 한다. 재승인 심사만 받고 슬그머니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간다면 재승인을 받기 위해 수많은 중소 협력사를 농락한 것밖에 안 되기 때문이다.

롯데홈쇼핑 관계자는 “재승인 심사 후에도 협력사와 상생, 경영투명성 확보 등의 노력은 계속 될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홈쇼핑의 변신이 일회성 이벤트에 안 그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