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직원들의 허위 계획서…직업도 '빈칸'

by김겨레 기자
2021.03.08 10:32:18

시흥시, 전용기 의원에 자료 제출
LH직원 소유 땅 계획서엔 '벼농사'
실제론 묘목 심어…농지법 위반

4일 LH 직원 투기 의혹이 제기된 경기도 시흥시 과림동 재활용사업장 인근 토지. 해당 토지에는 관리가 필요 없는 묘목들이 심어져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겨레 기자] 3기 신도시 토지 사전 투기 의혹에 연루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이 지방자치단체에 허위 계획서를 제출한 정황이 드러났다.

전용기 더불어민주당이 8일 경기도 시흥시로부터 제출받은 농업경영계획서에 따르면 LH직원들이 공동 소유 중인 한 농지(논·3996㎡)는 주재배 예정 작목이 모두 ‘벼’로 기재돼 있었다. 하지만 이 농지엔 실제로 묘목을 심은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필지는 2019년 6월3일 LH 직원 4명이 공동으로 매입해 소유 중인 곳으로 이들은 각각의 농업경영계획서를 제출했다. 영농 경력을 각각 5년과 7년으로 제출한 직원도 있었다. 직업 기재란은 공란이었으며, 주 재배 예정 작목, 영농 착수 시기, 노동력 확보 방안 등 계획서 항목의 내용이 대부분 유사했다. 농지 취득을 위해 허위로 계획서를 제출한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LH 직원들이 소유한 다른 땅의 농업경영계획서에는 직업이 허위로 기재된 흔적도 있었다. 과림동의 5025㎡(밭) 필지의 경우 LH 직원 5명과 이들의 가족 2명 등 총 7명이 공동 소유하고 있는데, 직업란에 3명은 ‘회사원’, 1명은 ‘주부’, 1명은 ‘농업’, 1명은 ‘자영업’이라고 기재했다. 나머지 1명은 아무것도 적지 않았다. 소유주 7명 중 5명이 LH 직원인 점을 감안할 때 일부는 직업을 허위로 기재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 역시 7명 중 6명이 주 재배 예정 작목으로 ‘나무 식재, 고구마’라고 똑같이 썼다. 나머지 1명은 해당란을 공란으로 비웠다. 7명 전원은 노동력 확보 방안으로 ‘일부 고용’이나 ‘일부 위탁’ 대신 스스로 농사를 짓겠다는 뜻의 ‘자기 노동력’ 항목에 동그라미를 쳤다.

현행 농지법에는 비농업인이 투기 목적으로 농지를 매입하는 것을 규제하기 위해 농지를 취득하려는 사람은 지자체에 농업경영계획서를 제출하고, 농지취득 자격증명을 받아야 한다. 농지법 10조는 ‘거짓으로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발급받은 경우’나 ‘정당한 사유 없이 농업경영계획서 내용을 이행하지 않는 경우’에는 사유 발생일로부터 1년 이내에 해당 농지를 처분하도록 하고 있다.

전용기 의원은 “LH 직원들이 허위 농업경영계획서까지 작성해가며 신도시 예정 부지를 매입해 재산 증식에 매진한 정황이 드러났다”면서 “공정이란 가치가 더 훼손되지 않도록 개발정보를 빼돌려 부동산을 매입한 직원들을 일벌백계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