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루판 지역 출토 당나라 관문서, 국립중앙박물관서 최초 공개

by김은비 기자
2021.06.14 10:58:36

'투루판 지역의 한문자료 - 실크로드 경계의 삶’ 展

[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시신깔개에 부착된 당나라 관문서가 국립중앙박물관 세계문화관 중앙아시아실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된다고 박물관 측은 14일 밝혔다.

문서 분리 전 시신깔개, 아스타나 230호 무덤, 당 703년(사진=국립중앙박물관)
이번 전시는 2020년에 발간한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중앙아시아 고문자 Ⅰ- 투루판 지역의 한문자료’보고서에 수록된 조사 성과를 대중에게 특별 공개하는 자리이다.

6건 19점의 전시품은 1912년에 일본 오타니 탐험대의 대원 요시카와 고이치로(1885~1978)가 중국 신장 위구르자치구 북동부의 투루판 지역에서 수집한 것이다. 투루판의 국씨고창국 시기인 6세기 말부터 당(唐) 왕조 지배기인 7세기 말에 작성됐다.

아스타나 230호 무덤 출토 시신깔개에 부착된 당나라 관문서는 시신깔개에 대해 알려줘 눈길을 끌었다. 국씨고창국 시기부터 당 시기까지 투루판의 여러 무덤에서는 시신을 눕히기 위해 관 대신에 갈대 줄기를 엮어 만든 자리(시신깔개)를 사용했다.

2020년 조사에서 시신깔개에 부착된 문서를 분리한 결과, 기존에 알려진 1종류가 아닌 2종류의 문서가 드러났다. 이것과 같은 문서의 일부는 현재 중국 신장박물관과 일본 류코쿠대학에도 소장돼 있는데, 오타니 탐험대가 부장품을 거두어 가는 과정에서 뜯겨나간 것이다.

특히 이번 조사에서는 이 2종류의 문서가 중국이 소장하고 있는 문서 조각과 서로 연결됨을 확인하고 한·중·일 소장 문서의 전체 내용과 시신깔개의 제작과정을 복원했다.



679년도 전국의 예산 집행 지침에 관한 문서, 아스타나 230호 무덤, 당 679년(사진=국립중앙박물관)
첫 번째 문서는 ‘679년도 전국의 예산 집행 지침에 관한 문서’로, 당 전기 중앙의 상서성 호부는 매년 10월 이듬해의 예산 집행 및 처리 지침을 작성해 황제의 재가를 받아 전국에 배포했다.

이번에 새로 확인한 부분은 지침 중 일부로 영남도(광둥성을 중심으로 푸젠, 광시 대부분, 위난 남부 등) 등의 지역에서 거둔 조세를 어떻게 배분·보관하고 운송할 것인지, 외국사신의 접대 비용은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각종 해충의 제거 작업 시 포상 재원은 어디서 충당할 것인지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두 번째 문서는 서주도독부가 고창현으로부터 보고 받은‘도주한 부병 병사(衛士) 관련 문서’로 두 종류의 문서는 우리나라에 현존하는 유일한 당나라 관문서이다.

투루판의 중심지였던 고창고성에서 발견된 ‘강거사의 대장경 조성 업적을 새긴 비편’도 최초로 공개된다. 비문에 따르면 강거사는 강국(현 사마르칸트) 출신의 소그드인지도자였으나, 7세기 중반에 당나라로 귀순하여 투루판에 터전을 잡고 높은 지위에 올랐던 인물이다.

무덤 주인의 이름과 이력 등을 기록한 벽돌판인 묘전도 전시한다. 묘전은 다른 문헌에서는 볼 수 없는 국씨고창국의 독자적 연호와 관제 및 동시기 사람들의 생사관을 살펴볼 수 있는 중요한 사료다.

박물관 관계자는 “실크로드 경계에서 한인과 서역인이 공존했던 삶의 흔적을 살피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