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 허위신고' 재벌총수 처벌수위는...공정위 '오락가락'

by최훈길 기자
2016.02.02 10:56:11

'계열사 허위신고' 혐의 같아도 처벌수위 '널뛰기'
DJ 정부땐 김우중 처벌 '일사천리'
최근엔 내부의견 엇갈려 ‘솜방망이’ 처분 사례도
참여연대 "정치적 고려 때문"..공정위 "경제민주화 일관돼"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일본 내 계열사 자료를 허위 신고한 롯데그룹에 어떤 제재를 부과할지 재계 안팎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와 관련 그동안 혐의가 같아도 공정위의 처벌 수위는 널뛰기 식으로 제각각 이뤄져 처벌 기준에 대한 비판이 제기된다.

공정위는 지난 1일 △신격호 총괄회장의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지정자료 미·허위제출(14조) △롯데 소속 11개 회사의 주식소유현황 허위신고(13조) 및 허위공시(11조) 등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를 롯데에 적용, 제재 절차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롯데는 그동안 국내계열사에 출자한 11개 해외계열사를 롯데의 동일인(신격호) 관련자가 아닌 ‘기타 주주’로 신고했다. 이 결과 총수 관련자 등이 보유한 주식가액 비중(내부지분율)이 실제로는 85.6%(작년 10월말 기준)에 달했지만, 신고액은 62.9%에 그쳤다. 공정위는 고의성 여부 등을 판단해 경고나 1억원 이하의 벌금 여부를 결정하고, 신 총괄회장에 대한 고발 여부도 검토할 방침이다.

공정위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지정자료 미·허위제출’ 혐의로 기업 총수를 고발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2000년 이후 공정위가 해당 혐의로 고발한 총수는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허재호 전 대주건설 회장,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 등 일부에 그쳤다.

공정위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 위기 이후인 김대중 대통령 시절 김우중 전 회장에 대한 적극적인 조사를 했다. 공정위는 대우가 해체된 뒤인 2000년, 2001년에도 직권인지와 신고를 통해 23개사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 이어 12개사를 위장계열사로 적발, 김 전 회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김 전 회장의 경우 공정위 고발 이후 검찰 수사도 탄력을 받아 진행됐다.



2009년 당시 공정위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지정을 위한 자료를 제출하면서 21개 소속사를 누락시킨 대주건설 허재호 회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공정위는 소속회사 신고누락의 정도가 크고, 허위자료 제출의 고의성이 인정돼 허 회장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대주건설의 총 41개 계열사 중 당시 누락된 21개사의 자산규모는 1조원에 달했다. 2010년 공정위는 7개사의 자료를 누락한 혐의로 조석래 효성 회장을 고발하기도 했다.

공정위가 계열사 누락을 확인하고도 고발하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김기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2013년 당시 공정위는 LG가 계열사 현황 자료에서 친족 소유회사 19개를 누락한 사실을 적발했다. 이에 공정위 경쟁정책국은 같은 해 6월 ‘계열사 누락에 고의성이 있다’며 검찰 고발 의견을 냈다. 그러나 공정위 제1소위원회는 ‘경고’ 처분을 했다. 19개 누락 계열사들 사이에 임원 겸임과 지분 소유가 없다는 게 이유였다.

김남근 변호사(참여연대 집행위원장)는 “공정위가 ‘허위공시로 인한 투자자 손실’을 우선하는 행정적 판단보다는 정치적 정무적 판단을 했기 때문에 처벌수위에 일관성이 없었다”며 “롯데가 경제살리기 기조에 따라 새로운 투자를 약속할 경우 공정위는 위법 행위를 눈 감고 가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곽세붕 경쟁정책국장은 “공정위는 경제민주화의 일환으로 기업의 소유·지배구조의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 추진해 왔다”며 “고의성을 판단하기 위해 롯데 동일인(총수)과 관련된 정황 증거를 모두 찾아내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