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선수재 혐의’ 이제학 전 양천구청장, 1심서 무죄

by박순엽 기자
2020.06.05 11:21:02

법원, 5일 '알선수재 혐의' 이 전 구청장에 무죄 선고
사업가에 3천만원 받은 혐의…김수영 현 구청장 남편
재판부 "청탁 대가로 받은 돈 아냐…검찰 증거 부족"

[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지역 사업가로부터 돈을 받고 사업상 편의를 봐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제학 전 양천구청장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서울남부지법 (사진=이데일리DB)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재판장 신혁재)는 5일 오전 이 전 구청장의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알선수재 혐의 1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앞서 지난달 27일 검찰은 이 전 구청장에게 징역 2년 6개월에 추징금 3000만원을 구형했다.

검찰은 지난 2014년 지방선거가 끝난 뒤 양천구의 지역 사업가 A씨 사무실에서 A씨로부터 3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로 지난해 12월 이 전 구청장을 구속 기소했다. 이 전 구청장은 2014년 당시 당선된 김수영 현 양천구청장의 남편이다.

그동안 이 전 구청장 측은 당시 돈을 받긴 했지만, 이는 알선에 대한 대가가 아니라 당선 축하금이나 일종의 보험금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검찰은 ‘건물 준공, 각종 인허가 절차에 편의를 제공해 달라’는 A씨의 부탁을 받은 이 전 구청장이 이를 승낙하고 돈을 받았다고 봤다.



이에 재판부는 “이 전 구청장이 3000만원을 받은 건 인정되지만, 이 돈은 A씨가 사업상 불이익을 받을 수 있어 관계를 회복하고, 사업에 손해를 끼치지 않고자 관리하고자 하는 차원에서 준 돈”이라며 “돈을 줄 무렵 구체적 현안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즉, 구체적 청탁을 위한 돈이 아니라 보험금에 해당한다는 이 전 구청장 측 주장을 인정한 셈이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이들이 사업상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금품을 주고받았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 이 전 구청장이 A씨에게 금품을 요구했다는 게 합리적 의심을 할 여지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어 “A씨가 이 전 구청장에게 알선의 대가로 금품을 줬다는 의사가 있었다고 할지라도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 이 전 구청장이 같은 의사로 금품을 수수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를 종합해 보면 검찰의 공소 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상황에 해당한다”며 무죄 이유를 밝혔다.

이번 사건은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가 이 전 구청장을 알선수재 혐의로 고발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수사에 착수한 검찰은 지난해 11월 양천구청을 압수수색했으며, 지난해 12월 이 전 구청장을 구속 기소했다.

한편 이 전 구청장은 2010년 양천구청장에 당선됐으나 같은 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고, 이듬해 대법원에서 벌금 250만원의 당선 무효형이 확정돼 직을 상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