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경기 회복 곡선의 모양에 대한 논쟁-WP

by김태호 기자
2001.02.06 17:40:59

워싱턴포스트는 6일 대부분의 국가들이 세계경제가 침체로 빠져들지 아닐지를 걱정하고 있는 반면 월가의 연구원들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얼마나 빨리 경제가 반등할 지를 점치고 있다고 전했다.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는 부문은 역시 경제회복 곡선 모양이 급반등을 나타내는 "V"자를 그릴 것이냐 아니면 점진적인 반등을 대표하는 "U"자를 그릴 것인가이다. 물론 회의론자들은 장기 침체로 빠져드는 "L"자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들 각각의 전망은 모두 나름대로의 논리를 갖고 있다. 이들은 연준리가 추가 금리 인하를 단행한 이후 기존의 전망을 수정했고, 어느 것이 맞는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6개월 정도가 걸리 것으로 보인다. "V"를 주장하는 연구원들은 지난 한해 경제가 연착륙 할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그들은 최근의 하향곡선은 과대 평가된 주가와 향후 매출 전망을 너무 낙관한 제조업체들의 문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초과 재고를 털어낼때 까지 감산을 해야 한다고 충고하고 있다. 그린스펀 연준리 의장을 포함한 그의 동료들이 이 부류에 포함된다. 연준리는 지난 주 경제 둔화에 대응하기 위해 신속하고 강력한 대응을 약속했으며 주식시장의 급락과 소비자 신뢰도의 붕괴를 막기 위해 가능한 한 빨리 금리를 인하할 것을 약속했다. 메릴린치의 수석 연구원인 브루스 슈타인버그는 "금리인하와 주식시장의 회복으로 연말쯤에는 개인소비가 견고한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슈타인버그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거도 나타나고 있다. 1월중에 투자등급과 정크본드 시장이 강력하게 회복됐고 무엇보다 신규고용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는 것이 그것이다. 또한 모기지 리파이낸싱이 대량으로 이루어지면서 개인들에게 추가 자금이 생겨 최근 계속되고 있는 대량해고의 충격을 만회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봤을 때도 2차대전 이후 모든 경기 회복은 한번을 제외하고 모두 V자형이었다. "U"자형 회복에 선 입장은 이번 경기둔화가 단순한 재고 조정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비정상적인 주가 상승, 기술부문에 대한 과잉투자, 개인과 기업들의 기록적인 부채로 인해 경제가 심각하게 망가진데 따른 불가피한 역행이라는 설명이다. 또한 이는 연준리의 몇 차례 금리인하만으로 치유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제조업 부문의 침체와 지난해 있었던 주가폭락의 파장으로 적어도 올해 상반기 까지 경기가 수축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한 실업률의 증가로 개인들이 신뢰도가 타격을 입을 것이며 기업들의 실적 둔화는 투자 붕괴로 이어져 주가도 약세를 면치 못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U"자형 회복을 뒷받침하고 있는 자료로는 연간 15%의 성장률을 자랑하던 소프트웨어와 장비에 대한 투자가 지난해 마지막 3개월동안 5% 가까이 급락한 것이 대표적이다. 또한 미시건 대학의 조사결과 소비자신뢰도도 1월에 급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L"자형 회복을 주장하는 쪽에서는 논거의 실마리를 90년대 초반이후 거품경제가 터지면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일본에서 찾고 있다. 미국이 일본과 같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은 없지만 일부에서는 미국의 경제 침체가 세계 경제에 타격을 주고 그 영향이 다시 미국으로 되돌아와 미국의 침체를 더욱 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 시나리오의 이면에는 달러가치의 급락이라는 요인이 잠재해 있다. 달러가치가 하락한다면 자금은 미국을 떠날 것이고 월가는 큰 충격을 입을 것이다. "L"자형 경기 곡선을 강력하게 지지하는 것은 역시 미국의 막대한 경상수지 적자폭이다. 회의론자들은 이 문제가 해결될 때 까지 연준리의 금리인하를 기반으로 한 "V"자형 회복은 고통의 나날을 연장시킬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모건스탠리딘위터의 수석 연구원인 스테픈 로치는 "연준리는 주가부양을 통해 그 동안의 과잉현상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을 막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이는 결국 심각한 실수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어떤 방향으로도 미국의 과잉현상은 제거돼야 한다고 충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