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엑손모빌, 작년 69조원 순익 거뒀다…횡재세 논란 커지나

by김상윤 기자
2023.02.01 10:34:01

애플, MS 제외하고 현재까지 최대 순익
코로나 이후 기록한 손실 메우고도 남아
"침체기에도 꾸준히 화석연료 투자한 덕"

[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미국 최대 석유기업인 엑손모빌이 지난해 557억달러(약 68조8000억원)의 순이익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에너지 가격 급등 영향을 톡톡히 보면서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거뒀다. 지난 2020년 코로나19 발생 이후 에너지 가격 폭락으로 인한 손실을 메우고도 남는 규모다.

(사진=AFP)
엑손모빌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에너지 가격 급등 영향으로 순이익이 전년(230억달러) 대비 142% 증가한 557억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엑손모빌이 기록한 지난해 순익 557억 달러는 화이자 등 대형 제약업체는 물론이고 금융이나 정보기술(IT) 분야의 대표적인 업체들을 앞지르는 큰 규모다. 현재까지 실적을 발표한 기업 중 엑손모빌보다 순익이 미국 기업은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MS) 등이다.

코로나19 대유행이 퍼진 2020년 엑손보빌은 2020억달러(약 27조1000억원)의 순손실을 보면서 40년만에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에너지 수요가 급감하면서 가격이 떨어졌고 고스란히 실적에 반영됐다. 엑손모빌은 당시 주가가 55% 가까이 하락하면서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30개 우량기업의 성적을 합산하는 다우지수에서 퇴출당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에너지 가격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다시 급등하면서 엑손모빌의 상황은 180도 달라졌다. 지난해 엑손모빌의 주가도 약 80% 급등했다.

대런 우즈 엑손모빌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주주 대상 성명에서 “침체기에도 화석연료에 꾸준하게 투자한 것이 기록적인 수익을 이끈 배경”이라며 “탄소배출을 줄이면서도 경쟁력 있는 대안에너지가 없는 한 석유와 천연가스 수요는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석유기업들의 대규모 실적은 정치권으로부터 횡재세 논란이 다시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고 월스트리트너저널(WSJ)은 분석했다. 미국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을 중심으로 에너지 기업들에 대한 법인세율을 높여 한다면서 횡재세 부과 움직임도 일고 있다. 전쟁 및 이에 따른 유가 상승으로 벌어들인 수익인 만큼, 같은 이유로 발생한 인플레이션 해소를 위해 사용해야 한다는 논리다. 하지만 엑손모빌은 자사주 매입 및 배당 등을 통해 주주들에게 이익을 환원해야 한다고 일관되게 주장해 왔다.

앞서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지난 10월 엑손모빌 등 에너지 기업들을 향해 “(우크라이나)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동안에는 (국제유가 급등으로) 거둔 이익을 주식을 되사거나 배당금으로 사용해선 안된다”고 경고했다. 지난 6월에는 “엑손모빌이 하느님보다 돈을 더 많이 벌었다”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