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나랑" 軍수사관, 불법촬영 피해자 성희롱…공군 성비위 파문 계속

by이용성 기자
2021.06.08 11:44:29

군인권센터 부설 군성폭력상담소, 9일 기자회견
여군 불법 촬영한 공군 男간부 사건…추가 폭로
"피해자 조사 당시 수사계장이 성희롱적 발언"

[이데일리 이용성 기자] 최근 공군에서 한 간부가 여군 숙소에 무단침입해 속옷을 불법 촬영하는 성범죄가 폭로된 가운데, 당시 사건을 초동 수사했던 공군 수사 담당자가 가해자를 옹호하며 피해자에게 성희롱 발언을 했다는 사실이 추가로 드러났다.

김숙경 군인권센터 부설 군 성폭력상담소장이 8일 오전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군 제19전투비행단 불법촬영 사건과 관련해 추가 제보된 내용을 밝히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군인권센터 부설 군성폭력상담소는 8일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 교육장에서 ‘공군제19전투비행단 불법촬영 사건 후속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당시 수사기관이 오히려 가해자인 A하사 편에서 피해자들을 압박했다”라고 밝혔다.

센터에 따르면 공군제19전투비행단 수사계장 B준위가 피해자 조사과정에서 피해 여군들에게 “가해자가 널 많이 좋아해서 그랬나 보지”, “그런 놈이랑 놀지 말고, 차라리 나랑 놀지 그랬냐”라며 오히려 성희롱적 발언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B준위는 추가 피해를 폭로하는 피해 여군들에게 “가해자도 인권이 있다”, “너 얘 죽이려고 그러는구나”라며 협박과 회유를 반복한 것으로 파악됐다.

김숙경 군인권센터 부설 군성폭력상담소장은 “A하사가 2020년에도 여군을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질렀지만, 군 내부에서는 수사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며 “A하사가 당시 저지른 성범죄는 매뉴얼에 따르면 중징계 대상이었지만, 내부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소장은 “당시 사건이 대충 넘어가 오늘까지 A하사가 추가 범죄를 거리낌 없이 저지를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라며 “성범죄를 막아야 할 군사경찰대가 도리어 성범죄를 확대 양산한 격”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센터는 지난 2일 공군 제19전투비행단 군사경찰 소속 A하사가 여군 숙소에 무단침입해 불법 촬영하고 이를 소지한 혐의로 현행범 체포됐지만, 군이 조직적으로 사건을 감추려고 한 사건을 폭로했다.

특히 A하사는 USB와 휴대전화에 피해자들의 이름이 들어간 폴더에 불법촬영물을 정리하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불법촬영물 중에는 민간인 여성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현행범으로 A하사를 적발한 이후 한 달 넘게 피·가해자 분리조치를 하지 않은 채 뒷짐을 지고 있던 공군은 최근 해당 사건을 공군본부 중앙수사대로 이첩하고, A하사를 구속하는 등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공군은 전날 다시 피해자 조사를 진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편 공군은 상관의 성폭력에 시달리다 극단 선택을 한 여군 중사 소식이 전해지며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지난 3월 초 충남 서산에 있는 공군 제20전투비행단에서 근무하는 여군 C중사가 회식에 참석했다 돌아오던 중 선임에게 성추행을 당한 뒤 지난달 22일 혼인신고를 마치고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 과정에서 C중사는 성폭력 피해 사실을 군에 신고하고, 자발적으로 부대까지 전속 요청도 했지만, 군의 조직적인 회유와 압박 속에서 제대로 보호조치를 받지 못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한편 국방부 검찰단은 C중사가 근무한 공군 제20전투비행단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이는 등 관련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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