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마크맨 일기]"엥? 2000명이라고?" 유세 인파 뻥튀기

by김영환 기자
2017.04.23 17:12:29

각 캠프마다 현장 유세 인원 뻥튀기 수치로 제시
추산 기준 달라 제재도 힘들어
유세 수치 보도, 강화효과에 그칠 것..의미없는 수치 싸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 후보가 22일 오후 부산 최대 번화가인 서면 쥬디스 태화 앞 젊음의 거리에서 유세하고 있다. 문 캠프에서는 이날 3만명의 지지자가 몰렸다고 추정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영환 기자] 지난 22일 오후 부산 서면 젊음의 거리는 인산인해를 이뤘다. 대부분이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유세를 보고자 찾아온 사람들이었다. 부산진구 중앙대로 692번길 거리 뿐만 아니라 이 길을 따라 늘어선 점포에도 창문에 매달려 문 후보를 지켜보는 사람들로 차고 넘쳤다.

이날 문 후보 측이 추산한 지지자 수는 3만명. 지난 17일 서울 광화문 광장 유세보다도 규모가 컸다. 캠프에서는 “서면에 모인 인파가 유세 이후 가장 많이 모인 인파”라며 부산 현지인의 말을 빌어 “이 정도로 모인 적이 없다”고 했다.

그간 문 후보를 따라 여러 유세장을 둘러본 기자의 눈에도 이날 부산 서면 젊음의 거리를 메운 인파는 다른 유세장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았다. 캠프 관계자는 “젊음의 거리가 꽉 차면 3만명이라고 한다”고 설명했다. 젊음의 거리 동천로 쪽은 한산했지만 유세차 주변 사거리에 인파가 밀집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충분히 3만명이 모였을 것으로 짐작이 가능했다.

서면에서처럼 비교적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기준이 없을 때가 문제다. 21일 같은 장소에서 유세를 벌였던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의 경우가 그렇다. 당시 국민의당은 2000여명의 지지자가 몰렸다고 추산했다. 당시 현장에 있던 한 기자는 “400~500명 수준으로 보였다”고 했다.



비단 국민의당만의 문제도 아니다. 문 후보 측 유세 규모도 여러 차례 ‘뻥튀기’됐다. 문 후보가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고 가장 먼저 찾았던 대구 달서구 두류동 2.28 민주의거 기념탑에는 500여명이 몰린 것으로 추정됐다. 비가 왔던 관계로 다들 우산을 쓰고 있어 정확한 추산은 힘들었지만 100~200명 수준인 것 같다는 목소리가 기자단에서 나왔다.

강원도 춘천과 원주를 찾았을 때도 비슷한 상황이 되풀이됐다. 춘천보다 원주 유세규모가 훨씬 컸지만 문 후보 측은 두 지역 모두 2000여명의 인파가 모인 것으로 추산했다가 원주 유세규모를 6500여명으로 정정했다. 오히려 춘천의 유세 규모가 400~500명 수준으로 보였다.

사실 현장에 모인 인원을 추산하는 기준이 따로 없어 정확한 인원 파악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지난 겨울 촛불집회나 태극기집회에 모인 인원들을 추산할 때마다 양 측 진영에서 뒷말이 무성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인원 추산이 선거에 영향을 미친다면 주먹구구식 집계는 지양되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지난 주말 같은 장소에서 벌어진 문 후보와 안 후보의 유세는 3만대2000, 15배라는 차이를 냈다. 일부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이 같은 세의 우세로 상대 진영을 깎아내리는 시도도 보인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학과 교수는 “유권자에게 영향을 주기 위해 각 캠프에서 유세장에 모인 지지자 숫자를 부풀려 발표하는 것”이라며 “그러나 지지세를 결집하는 강화효과는 있어도 다른 진영의 후보를 이탈할 만한 동력은 없다. 사진이나 영상 등으로도 얼마든지 지지세 규모를 확인할 수 있다”고 봤다. 굳이 유세 규모를 뻥튀기 할 필요가 없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