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계 은행의 진격…인력 늘리고 자본조달하고(상보)

by권소현 기자
2016.09.30 10:56:26

[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유럽계 은행이 국내 시장에서 조금씩 발을 빼면서 생긴 빈자리를 중국 은행들이 발 빠르게 메우고 있다. 올해 상반기(1∼6월) 중국 광대은행(光大銀行)의 영업개시로 국내 진출 중국계 은행이 6개로 늘어난 가운데 인력확보나 자산확대, 자본조달 측면에서도 중국계의 약진이 두드러지면서 ‘차이나 머니’의 공습이 본격화하고 있는 모습이다.

투자은행(IB)에 주력했던 서구권 은행들은 글로벌 IB 시장 위축의 여파를 고스란히 받고 있는 반면 중국계 은행은 예금과 대출, 무역금융, 외환서비스 등 상업은행 업무에 집중하면서 국내 금융시장에서 입지를 탄탄히 다져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자산 키우고 수익도 늘리고

29일 금융계와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중국 공상은행(工商銀行)은 3년 만기 아리랑본드를 500억원 규모로 발행하기 위해 시장 수요를 조사 중이다. 아리랑본드는 외국기업이 한국 시장에서 원화로 발행하는 채권을 말한다. 중국계 은행이 지금까지 국내 자본시장에서 원화표시 채권을 발행한 사례는 없었다.

사모로 발행되는 이번 아리랑본드는 투자수요가 500억원만 충족되면 발행할 예정이며 만기 2년짜리도 검토 중이다. 발행시기는 이달 말에서 내달 초로 예상하고 있다.

예치금과 유가증권, 대출채권 등 자산규모에서도 외은지점 중 중국계의 성장이 눈에 띈다. 중국 건설은행(建設銀行)의 상반기 기준 자산총계는 19조3222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44% 증가했고 농업은행(農業銀行)과 교통은행(交通銀行) 자산도 27%, 22%씩 늘었다.

이자수익과 수수료수익, 기타 영업수익을 모두 합한 전체 수익도 중국은행을 제외하고는 모두 늘었다. 농업은행의 상반기 수익은 681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466%, 공상은행과 건설은행의 수익도 62%, 38% 증가했다.



◇인력도 적극 채용

인력 채용도 적극적이다. 올 상반기 광대은행은 서울지점을 개소하면서 25명을 채용했다. 건설은행도 상반기중 4명 늘려 전체 인력을 68명으로 늘렸고 공상은행은 하반기 공채를 통해 10명 이상 채용할 예정이다.외은지점 관계자는 “작년 말부터 광대은행에서 임원급을 뽑으면서 연봉을 상당히 높여 업계에선 화제가 됐다”고 말했다.

중국계 은행의 인력채용 확대는 유럽계 은행과는 대조적이다. RBS는 작년에 국내 시장에서 철수를 결정했고 바클레이즈와 UBS도 올초 국내 지점을 정리하겠다고 밝히면서 인력 구조조정에 나섰다.

IB 시장이 쪼그라들면서 IB업무 비중이 높은 유럽계나 미국계 은행은 국내 지점뿐 아니라 아시아 사업 자체를 축소하는 분위기다. 로이터통신은 최근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아시아지역에서 20여명의 투자은행 인력을 줄일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반면 중국계은행은 상업은행(Commercial Bank) 업무 위주로 점차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한국에 진출한 중국계 기업이나 중국인 뿐 아니라 한국 기업과 한국인을 대상으로 예금, 대출, 기업금융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금리가 낮은 한국에서 자금을 조달해 중국에서 높은 금리로 대출하거나 투자하는 일종의 캐리 트레이드(carry trade) 방식으로 수익을 올리기도 한다.

한 중국계 은행 관계자는 “최근 철수하겠다는 곳은 대부분 IB 은행인데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이 시장이 많이 위축돼 돈을 못 버는 상황”이라며 “하지만 중국계 은행은 모두 무역금융, 기업대출 등 상업은행 업무에 주력하고 있어 영업환경이 변해도 IB처럼 부침이 심하지 않다”고 말했다.

향후 중국 은행들의 국내 진출은 더욱 확산될 공산이 크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중국은 인접국이고 인적교류가 많은데다 양국 모두 경제, 교역규모가 계속 확대되고 있어 중국계 은행의 국내 진출 추세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