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살 김주애에 쩔쩔…옷은 사치” 김정은 딸 향한 北 민심

by이선영 기자
2023.02.16 12:46:47

北 주민들, 김주애 우상화 시도에 불만
“어린아이가 어른티 내며…김일성도 안한 짓”

[이데일리 이선영 기자]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연일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딸 김주애(10)를 향한 불만과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최근 우상화 시도가 관측된 가운데 고령의 간부들에게 인사받거나 존칭사를 붙여 찬양받는 것 등을 두고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비판의 분위기가 번지고 있다는 것이다.

조선중앙TV는 9일 전날 밤 열린 인민군 창건일(건군절) 75주년 기념 열병식을 녹화중계했다. 사진은 열병식 본행사 시작 전 내부 연회실에서 김주애가 아버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얼굴을 만지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13일(현지시각) 자유아시아방송(RFA)은 현지 소식통을 인용해 “지난해 11월 김정은의 딸이 처음 공개됐을 때 큰 관심을 보였던 북한 주민들이 2·8 북한 건군절 기념 열병식 행사 이후 김주애에 대해 비난과 우려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양강도의 한 소식통은 “지난해 11월 김정은의 딸이 미사일 발사장에 처음 나타났을 때 주민들은 어린 딸의 모든 것에 관심을 보이며 호기심어린 반응을 보였다”며 “하지만 열병식 행사 이후 어린 아이를 지나치게 내세우는 데 대해 우려하는 주민이 적지 않다”고 매체에 말했다.

이 소식통은 “주민들이 김정은의 어린 딸에 관심을 보인 것은 과거 김정일이 자기 자녀를 전혀 공개하지 않은 것과 대조됐기 때문이고 아버지인 김정은을 똑 닮았기 때문이었다”며 “최근 주요 행사에 학생인 어린 딸이 연이어 등장하고 언론에서 요란한 존칭사를 붙여 찬양하는 것을 보면서 주민들의 생각이 바뀌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초급중학생(중학생)이 어른 티를 내며 화려한 옷을 입고 등장하고 김정은과 같이 명예위병대(의장대)를 사열하며 머리 허연 간부들이 머리를 숙이고 쩔쩔매는 모습은 주민들에게 좋은 인식을 주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서른 살도 안 된 여동생(김여정)에게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 자리를 주며 내세운 김정은이 열 살이 조금 넘은 어린 딸을 주요 행사장에 데리고 다니며 특별한 존재인양 잔뜩 내세우고 있다”며 “이런 행동은 김일성, 김정일도 하지 않은 것”이라고 꼬집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9일 조선인민군 창건일(건군절) 75주년을 맞아 지난 8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야간 열병식을 개최했다고 보도했다. 열병식에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딸인 김주애와 부인 리설주 여사와 함께 참석했다. (사진=뉴스1)
함경북도의 한 주민 소식통도 12일 “현재 주민들의 (김주애에 대한) 반응은 그리 좋은 편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함경북도의 한 주민 소식통도 “김정은 딸이 처음 등장했을 때 그의 생김새와 옷차림 등에 대해 관심을 보이며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사람이 많았지만 지금 주민들의 반응은 그리 좋은 편이 아니다”라고 매체에 전했다.

그는 “이번 열병식 행사에서 김정은의 딸은 아이라는 감이 전혀 없이 고급 양복과 모직 외투 같은 사치한 옷에 쁘로찌(브로치)까지 달고 나와 세상이 다 보라는 듯 뽐냈다”며 “작년 처음 등장했을 때 친근감을 느끼고 관심을 보였던 여학생들조차 이번엔 비난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김주애는 지난해 11월18일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시험발사 현장에 모습을 드러낸 이후 군 관련 행사에만 5차례 등장했다.

최근에는 ‘김주애 우상화’ 정황이 짙어지고 있다. 지난 8일 북한 건군절 기념 열병식에 김주애 소유로 보이는 ‘백마’가 등장했고, 14일에는 그의 사진이 포함된 새 우표 도안도 공개됐다. 우표에는 김정은과 김주애가 미사일을 배경으로 손 잡고 나란히 걷거나 팔짱 낀 모습 등이 담겼다. 일각에서는 북한 당국이 김주애와 같은 이름을 가진 주민들에게 개명을 강요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이와 관련 또 다른 소식통은 “주애가 최고 존엄의 딸 이름인 줄 알았다면 누가 자기 딸 이름을 ‘주애’라고 지었겠느냐”며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