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리포트)아파트 분양촉진책, 조삼모사?

by윤진섭 기자
2004.11.19 15:27:54

건설업체 소비자 끌기 위해 각종 분양 촉진책 선보여
중도금무이자, 이자후불제, 가치보장제 등 허실(虛失) 많아

[edaily 윤진섭기자] 불황에 찌든 주택업체들이 청약 수요 실종으로 당황하고있습니다. 심지어 부천 원미구에서는 총 43가구 분양에 단 한명도 청약하지 않은 `청약 제로`를 기록한 단지마저 나올 정도였습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건설업체들이 앞다퉈 갖가지 혜택을 내건 분양촉진책을 내놓고있는데요. 부동산업계를 취재하고있는 윤진섭 기자는 달콤한 유혹 뒤에 숨은 의도에 주목하고있답니다. 건설업체 입장에서 아파트가 미분양이 되는 것은 그야말로 천덕꾸러기를 떠안는 꼴이 됩니다. 특히 요즘같은 불황기엔 미분양 아파트는 회사 경영에 치명타를 줄 수 있죠. 경기가 좋을 때는 금융권으로부터 자금 차입 등이 수월하지만 불황기엔 자금을 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금융권 자금 차입이 쉽지 않은 건설업체 입장에선 아파트를 팔아 자금을 돌리는 게 유일한 생존수단입니다. 그런데 아파트가 팔리지 않을 경우 건설업체는 사면초가에 몰릴 뿐 아니라 새로운 사업을 벌일 수도 없게 됩니다. 자연히 주택업체들은 아파트를 한 채라도 더 팔기 위해 혈안이 돼 있는 게 요즘 현실입니다. 그러다 보니 건설업체들은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고 소비자들을 끌어들이는 전략을 펼치고 있습니다. 이자 후불제, 중도금 무이자로 대변되는 건설업체들의 분양 촉진책은 최근 들어 프리미엄 보장제, 분양가 리콜제, 심지어 `2년 뒤 분양가 납부`라는 보다 공격적인 전략도 등장하고 있습니다. 한 푼이라도 아껴 아파트를 장만하려는 실수요자 입장에선 이 같은 파격 조건들은 분명 환영할 만한 이벤트입니다. 하지만 일부 건설업체들의 분양 전략을 꼼꼼히 따져보면 `눈 가리고 아웅`격인 경우가 많습니다. 건설업체들이 파격적으로 내건 분양 조건이 결코 소비자에게 유리한 것만은 아니라는 이야기죠. 그럼 요즘 상당수의 아파트가 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는 중도금 무이자 제도부터 따져보겠습니다. 중도금 무이자는 말 그대로 중도금을 무이자로 빌려준다는 의미로, 수요자 입장에선 계약금만 내고, 중도금을 공짜로 대출받아 집을 장만할 수 있는 제도입니다. 반면 건설업체 입장에선 막대한 이자 비용을 감수해야 하는 절대적으로 불리한 제도입니다. 실제 2억원 상당의 아파트 중 중도금은 대략 분양가의 60%선으로 1억2000만원 정도가 됩니다. 공사기간(24개월) 동안 연 5.8% 이율로 환산해보면 대략 700만원이 발생하는 데 한 두 가구도 아닌 수 백 가구에 이 같은 조건을 적용하면 건설회사의 부담은 엄청나게 됩니다. 그런데 분양가가 터무니없이 높게 책정될 경우엔 이야기는 180도 바뀝니다. 실제 모 건설업체는 강서구 가양동에 아파트를 선보이면서 중도금 무이자를 내세워 주택을 홍보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 아파트 34평형 분양가가 3억4000여만 원으로 인근 강서구 마곡동 동일평형대 K 아파트 분양가 2억8000여만 원보다 무려 6000만원이 비싸다는데 있습니다. 물론 마감재와 지리적 위치 등에 따른 분양가 차이를 인정할 수 있지만 중도금 무이자에 따른 건설사 부담을 소비자에게 전가시킨 흔적이 농후하다는 게 저의 판단입니다. 이자후불제는 아파트를 분양받은 뒤 내는 중도금을 은행에서 빌려 공사기간만큼의 이자를 시행 회사나 시공사가 대신 내주고 입주 때 계약자에게 다시 받는 것입니다. `이자를 대신 내줘 초기 자금을 줄일 수 있는 게 어디냐`라고 반문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기껏해야 이자 후불제에 따른 개인별 이자액은 2억원 아파트 기준으로 대략 50만~60만원에 불과해 소비자들이 금전적으로 받는 혜택은 그리 크지 않습니다. 이 역시도 앞서 밝힌 바대로 입주 후엔 계약자가 다시 내야 합니다. 한 마디로 소비자에게 그리 큰 혜택도 없는 금융 제도를 건설업체들은 마친 대단한 소비자 혜택인양 생색을 내고 있는 셈이죠. 요즘 들어 보다 공격적인 분양 전략이 선보이고 있는데, 그 중 대표적인 게 가치보장제입니다. 가치 보장제는 입주 후 일정 시점이 지난 뒤 분양가에 미치지 못할 경우 그 차액만큼 계약자에게 돌려주는 제도입니다. 소비자 입장에선 `밑져야 본전`이란 인식을 심어줄 수 있지만 이 역시도 입주 후 층별, 호별로 호가가 천차만별이고, 어떤 시세를 기준으로 할 것인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어 논란의 여지는 크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즉 입주 후 실제 거래가격은 분양가 보다 1000만원 낮은 데, 부동산 중개업소 호가는 1000만원이 높을 경우 입주자와 건설업체간 이를 둘러싼 논란의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입니다. 물론 이런 많은 지적에도 불구하고 불가피한 경영상 어려움을 해결코자 울며 겨자 먹기로 분양가 인하, 중도금 무이자 등을 실시하는 건설업체들이 대다수입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대로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기 위해 각종 분양 전략을 세우면서 그 부담을 분양가에 덤터기씌우는 경우도 적지않습니다. 겉으로 드러난 유혹은 화려하지만 그것만을 보고 귀중한 청약통장을 사용해선 곤란하다는 게 저의 생각입니다. 건설업체들의 각종 분양 촉진책은 하루아침에 말이 뒤바뀌는 조삼모사(朝三暮四)일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