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 운명쥔 채권단, 국내 해운산업 붕괴는 막아야

by최선 기자
2016.08.26 11:33:10

한진해운 1만3100TEU 선박 이미지. 한진해운 제공.
[이데일리 최선 기자] 한진해운(117930)이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느냐, 회생의 과정을 밟느냐가 이제 채권단의 손으로 넘어갔다.

한진해운은 지난 25일 채권단에 총 5000억원 규모의 유동성 확보 방안이 담긴 자구안을 제출했다. 이제는 채권단이 한진해운의 자구안 내용을 원칙론에 따라 받아들일 것인지, 아니면 회생을 위한 움직임을 보일 것인지에 대해 관심이 쏠리게 됐다.

해운 전문가들은 해운산업이 다양한 부문의 산업들과 연계돼 있는 국가 기간산업이라는 중요도를 고려해 채권단이 신중한 판단을 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특히 해운산업은 한번 무너지면 다시 회복하는데 수십 년이 걸릴지도 모르기 때문에 섣불리 기업회생절차 신청을 고려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만약 채권단이 한진해운의 자구안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다음 수순은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다. 국내 해운산업의 붕괴는 자명해진다.

한진해운 화주들은 운송 계약 해지는 물론 선박압류, 용선계약 해지 등 선박 운항을 할 수 없는 상황으로 내몰리게 된다. 특히 국제 신뢰도 하락에 따른 운임 등 채권 회수에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됨에 따라 유동성 위기의 악순환은 되풀이될 수 있다. 아울러 해운 동맹체 퇴출로 이어져 공동운항 노선에서 출수하고, 협약구간에서의 서비스 또한 붕괴된다.

문제는 한진해운의 법정관리가 한진해운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한진해운이 몰락하면 사실상 한국 해운산업 자체가 붕괴되는 것은 물론, 해운업과 연결된 조선업, 항만업 등 연관산업과 하청업체들까지도 문을 닫게 될 위기에 놓이게 된다. 이는 관련 산업의 대량 실업사태와도 직결된다.



해운업계 한 전문가는 “수출입 화물기업 또한 국적선사의 공급이 축소되고, 해외 해운사들의 운임이 폭등하면서 안정적인 물류 네트워크를 확보할 수 없게 된다”며 “한국의 국제적 신인도 하락도 불 보듯 뻔하다”고 지적했다.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 모든 결정은 채권단의 몫이다. 앞으로 채권단은 내달 4일까지 한진해운의 자구안을 꼼꼼히 들여다보고 회생 가능성을 따져보게 된다. 전문가들은 “채권단이 해운산업이 가진 중요성과 특수성을 고려한 현명한 판단이 이뤄져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해운산업은 국내 수출입 화물운송의 99%, 국가 전략물자 수입의 100%를 담당하는 국가 기간산업이다. 또한 국내 항만산업을 비롯해 연관산업의 고용 창출에도 지대한 역할을 한다.

사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의 원칙론은 이미 무너졌다. 수조원에 달하는 분식회계까지 한 대우조선해양에 대해서는 이미 4조가 넘는 유동성을 지원한 바 있고, 최근에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대우조선의 상장폐지를 막기 위해 최대 1조6000억원 규모의 출자전환까지 추진 중이다.

선주협회 한 관계자는 “채권단이 재무적인 관점에서만 바라보는 구조조정 시각에서 벗어나, 해운산업이 국내 전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