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매립지·소각장에서 국화축제

by조선일보 기자
2009.10.23 16:15:00

짙은 국화향·억새 넘실 "쓰레기장 맞아?"
수도권매립지 - 야생화단지에 국화 20만本
양묘장에는 나무 45만그루
쓰레기 소각장 - 열대식물원·주변 정원에서
다양한 국화 2000여점 활짝

[조선일보 제공] 서울·인천·경기도의 생활 쓰레기를 처리하는 수도권매립지와 인천환경공단 청라사업소(소각장)에서 국화 축제가 열리고 있다.

일반인들은 평소에 가 볼 기회가 별로 없는 곳이고, 가 봐야 쓰레기 냄새나 진동할 것으로 생각하기 십상이지만 한 번 가 보면 예상 외로 산뜻한 주변 조경과 싱그러운 자연에 '혐오·기피시설'이라는 이전 생각이 조금은 바뀔 수도 있을 것 같다. 마침 국화 향기도 가득하니 이번 주말엔 온 가족이 함께 이곳으로 나들이 가 볼 것을 권한다. 모두 무료다. 두 곳 모두 1~2개씩 노선버스가 다니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외진 곳에 있어 승용차 없이 오가기는 다소 무리라는 점이 흠이다.



▲ 국화꽃이 만발한 수도권매립지 내 야생화 단지를 찾은 시민들이 진한 국화향을 맡으며 가을의 정취를 만끽하고 있다.

인천 서구 백석동 일대에 자리 잡은 수도권매립지에는 86만㎡의 넓은 야생화 단지와 양묘장이 이어져 있다. 국화축제가 열리고 있는 곳은 야생화 단지로, 1만2000㎡의 국화밭에 20만본(本)의 울긋불긋한 국화들이 활짝 피어 짙은 향기를 내뿜고 있다. 25일까지 국화축제를 계속하는데, 특히 마지막 날인 25일 오후 4~5시에는 이곳에 있는 국화를 관람객들에게 무료로 분양한다. 매립지관리공사에서 봉투와 모종삽을 나눠주고, 원하는 색깔의 국화를 원하는 만큼 담아 가져갈 수 있도록 하는 행사다. 너무 혼잡해지는 것을 피하기 위해 기관이나 단체에는 26일 분양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곳에 와 보면 국화밭뿐 아니라 그 주변에 퍼져 있는 억새숲과 코스모스길, 생태연못 등의 풍광에 사진기를 꺼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걷기 좋게 만들어 놓은 흙길을 따라 걷다 보면 억새와 코스모스가 바람에 살랑이며 그윽하게 손짓을 한다. 3만6410㎡의 생태연못에는 커다란 연꽃잎들이 떠 있는 연못을 가운데 두고 물레방아와 구름다리, 잔디광장, 꽃과 풀 동산이 예쁘게 어우러져 있다.

매립지에서 조경용으로 쓰는 나무를 심어 기르는 곳인 20만㎡의 양묘장에는 해송, 느티나무, 해당화, 사철나무, 잣나무 등 119종, 45만4000그루의 나무가 자라고 있어 자연학습장으로도 좋다. 매립지여서 그늘이 없기 때문에 모자와 선글라스가 필요하며, 음식을 사 먹을 곳이 없는 만큼 도시락과 물을 가져와야 한다. (032)560-9582



인천 서구 경서동에 있는 15만㎡의 청라사업소는 쓰레기 소각장 겸 음식물 쓰레기로 사료를 만드는 곳이다. 하지만 입구부터 많은 나무와 꽃들로 깔끔하게 조경이 돼 있어 쓰레기 소각장이라는 느낌이 거의 들지 않는다. 이곳에서 22일 '2009 국화 전시회'가 시작됐다. 열대식물원과 주변 정원 등에서 31일까지 계속되는 이번 전시회에는 큐션멈·포인세티아 등 다양한 색깔과 크기의 국화 2000여점이 관람객을 기다리고 있다. 하트나 기린, 판다곰 모양의 장식과 꽃들이 어우러져 있어 사진찍기에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