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업용 부동산 침체에 美 도시 재정도 휘청
by박종화 기자
2024.03.15 11:22:42
세수 감소에 뉴욕·샌프란시스코 등 예산적자 우려
증세·지출 삭감하면 '도시 이탈' 가속 딜레마
[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사무실(오피스), 소매점(리테일) 등 상업용 부동산 시장 침체에 미국 대도시 재정도 휘청이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상업용 부동산 가격 폭락으로 미국 도시들이 세수 축소에 직면했다고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아르핏 굽타 뉴욕대 교수 등의 연구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미국 내 오피스 가치는 3년 전보다 6641억달러(약 880조원) 감소했다. 고금리 등으로 건물주 부담은 커졌는데 원격 근무 확대로 수요는 감소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시키고의 한 오피스 건물은 2000만달러(약 266억원)에 팔렸는데 20년 전 가격(9000만달러·약 1200억원)보다도 80% 가까이 낮은 가격이다. 2014년 1억4600만달러(약 1900억원)으로 호가하던 샌프란시스코의 한 오피스 건물은 지난해 말 8000만달러(약 1100억원)으로 40% 넘게 떨어졌다.
상업용 부동산 침체는 도시 전체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재산세 등 도시의 재정 기반을 약화시키기 때문이다. 뉴욕시는 시내 오피스 가격이 고점 대비 40% 하락한다면 예산 적자 규모가 11억달러(약 1조5000억원)까지 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애런 페스킨 샌프란시스코 시의회 의장은 상업용 부동산 침체에 따른 세수 부족 영향으로 샌프란시스코시가 한동안 10억달러(약 1조3000억원)에 이르는 예산 적자를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싱크탱크 도시연구원의 토머스 브로시는 미국 도시들이 지출 삭감과 세금 인상을 선택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굽타 교수는 상업용 부동산 침체가 1960~1970년대 러스트벨트(미 중동부 제조업 산업지대) 지역이 겪던 어려움과 비교하며 “세금을 올리고 공공 서비스를 줄이려 했던 일부 도시에선 이것이 도시 이탈 현상을 가속한다는 걸 깨달았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상업용 부동산 시장 상황이 단기간에 개선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무디스는 지난해 낸 보고서에서 “온라인 구매가 증가하고 사무실 밖에서 일하는 경우가 늘면서 상당한 양의 소비가 상업지구에서 사라졌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