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국민`아닌 `자기`만 지키는 식약청

by이정훈 기자
2005.11.03 14:46:27

"문제없다"만 남발..식품공급자·관리체계 탓 앞세워
식품 감시인력 축소 `의혹`도

[이데일리 이정훈기자] 최근 잇딴 식품안전 파동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정작 지켜야할 국민 건강보다 자신만을 지키려고 하는 자세를 보여 빈축을 사고 있다.

우리 국민들의 밥상에 가장 흔히 오르는 대표식품인 김치에 대한 별다른 안전검사 기준조차 마련하지 않고 있다가 국정감사에서 납김치 의혹에 시달렸던 식약청은 이번 김치내 기생충 알 검출로 인해 궁지에 몰렸다.

이런 가운데 대국민 사과를 해도 부족한 판에 식약청이 3일 기생충 알 김치 관련 브리핑에서 자기 반성보다는 자기 방어에만 치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당장 식약청이 이날 내놓은 보도자료만 보더라도 이런 행태가 여실히 드러났다. 온 국민의 눈과 귀가 쏠렸던 이날 보도자료의 제목은 `국산김치 502개 제품중 97%에서는 기생충 알 검출안돼` 였다.

`과연 우리 김치에서도 기생충 알이 검출될까` `얼마나 많은 김치가 문제될까`에 관심을 쏟은 언론과 국민들로서는 황당한 제목일 수 밖에 없었다.

더구나 브리핑을 맡은 김명현 식약청 차장은 브리핑룸으로 들어오면서 아예 응원군 두 명을 대동했다. 이들은 "기생충 알이 발견된 김치는 인체에 아무 해가 없다"는 사실을 증언해줄 대학교수들이었다.

"적발된 김치가 정말 안전한가"하는 기자들의 물음에 김 차장은 답을 피하면서 이들 교수들에게 답변을 대신하도록 했다.



또 적발업체를 보도자료에서 밝혀놓고도 `해당업체가 어디냐` `해외에 수출하는 업체가 어디냐` `문제가 된 즉석 김치를 판매하는 곳이 어디냐`는 등 사태의 핵심이 되는 질문에 답변을 회피하다 계속된 기자들의 추궁에 못이겨 답을 하기도 했다.

또 "이처럼 식품파동이 계속되는 근본적인 원인이 뭐냐"는 질문에 김 차장은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소비자 위주의 식탁 안전체계로 식품안전체계가 구축돼 있지 못하고 식품을 생산하고 수입하거나 판매하는 사람들이 법에서 정한 최소한의 의무를 충실히 이행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물론 이후에 "정부도 이를 엄중하게 다루지 못한 책임은 있다"고 덧붙였지만, 책임의 선후에 있어서 식약청의 책임을 뒤로 감추는 모습이었다.

앞서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불거진 납김치 관련 의혹 당시에도 식약청은 "극히 일부 제품에 한정된 조사결과를 가지고 단정짓지 말라"고 할 뿐 김치에 대한 위해기준을 마련하지 않고 조사를 충실히 하지 못한데 대한 사과는 없어 의원들에게 야단을 맞기도 했다.

아울러 한나라당 고경화 의원은 이날 식약청이 예산 사용내역을 무리하게 변경하고 식품감시 인력을 축소시키는 등 식생활 안전 책임당국으로서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고 의원은 "식품사고가 터질 때마다 예산을 탓하는 식약청이 사무용비품 내역을 변경해 믹서기, 튀김기, CD플레이어 등 구입비로 전용하고 대전청 신축에 56억원 예산을 편성하는 등 국민을 우롱했다"며 "식약청에 대한 감사원 감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사전적인 식품 위해조사를 게을리한데다 식품감시 기능을 충실히 하지 못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식약청이 일원화된 식품안전관리 기능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