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2002년!..채권시장 10대 뉴스

by정명수 기자
2002.12.23 14:23:30

버블·긴축 화두..신종채권 각광

[edaily 정명수기자] 다사다난했던 2002년이 저물고 있다. 경기회복 속도가 더디게 진행되면서 채권수익률은 전반적으로 하락세를 나타냈다.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경기상황과 금리 움직임을 놓고 시장참가자들은 곤혹감을 감출 수 없었다. 올해 채권시장에서 일어났던 일들을 10대 뉴스로 정리해봤다. 1. 저금리 기조 정착..캐리 투자 각광 연초 국고3년 수익률은 6% 초반. 4월 6.5%선까지 올랐으나, 연말 수익률은 5.2%선이다. 9.11테러이후 경기가 급격하게 회복될 것이고, 금리도 상승세를 나타낼 것이라는 전망이 완전히 빗나갔다. 수익률이 점진적으로 하락함에 따라 캐리(carry) 투자가 각광을 받았다. 2. 더블 딥 등 경제전망 갑론을박 스티븐 로치가 주창한 `더블 딥(double dip)`이 올해 내내 경기 전망의 화두가 됐다. 미 연준리가 지난해부터 사상 유래없는 금리인하 정책을 구사했음에도 미국 경기는 의미있는 회복세를 나타내지 못했다. 국내 경기는 내수 중심의 부양책과 대 중국 수출 호조로 세계적인 경기둔화를 가까스로 이겨낼 수 있었다. 이코노미스트들 사이에는 경제전망을 놓고 한해 내내 갑론을박이 계속됐다. 3. 스트럭처 노트 봇물 인버스 FRN을 시작으로 듀얼 FRN, 디지털, 콴토 등 교과서에 나오는 거의 모든 스트럭처 노트가 시장에 선보였다. 절대금리가 낮은 상황에서 일드 욕구를 충족시켜주려는 시도가 스트럭처 노트로 형상화된 것이다. 때마침 스왑 마켓이 활황세를 보이면서 연일 신종채권이 쏟아졌다. 그러나 신종채권에 대한 이해부족과 헤지 실패 등으로 곤란을 겪는 투자자와 스왑뱅크가 나타나기도 했다. 4. 스왑·국채선물 등 파생상품 영향 증대 스트럭처 노트와 함께 스왑 마켓이 전성기를 누렸다. 하루 2000억~3000억원대에 불과했던 스왑 거래량은 5000억~6000억원 수준까지 급팽창하기도 했다. 여기에 국채선물과 국채선물옵션, 리포 등 다양한 채권 파생상품이 등장하면서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스왑 시장의 움직임에 따라 현선물 시장이 움직이는 현상도 나타났다. 그러나 스트럭처 노트의 헤지 실패로 파생상품 시장역시 위축되는 등 전환기의 성장통을 겪었다. 5. 국채 장내거래 의무화 프라이머리 딜러들에 대한 국채 지표물 장내거래가 의무화됐다. 장외시장의 특성을 갖는 채권시장에서 장내시장을 활성화하려는 정책적 조치가 이뤄진 것. 시장 투명성 강화를 명분으로 장내거래 의무화가 실행되기는 했지만, 채권거래 자체가 위축되면서 정책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장내거래 의무화는 브로커 시스템의 변화, 다양한 채권 상품으로의 접근 등 변화의 시발점이 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6. MMF 등 단기펀드 상품 편향 경기상황이 불확실해지고, 기업들의 투자가 위축되면서 자금의 단기 부동화 현상이 심화됐다. 투신권의 MMF가 급증하고, 1개월, 3개월 펀드가 경쟁적으로 생겨났다. 넘치는 유동성이 투자 등으로 소화되지 않자 부동화된 것이다. 주식시장 등 대체 투자 시장도 활성화되지 않아, 부동산 투기 자금으로 활용되는 등 자금 부동화에 대한 우려도 높았다. 7. 가계부채·부동산 투기 등 유동성 과잉 부작용 논란 가계부채 증가와 부동산 투기 등 저금리와 과잉 유동성이 낳은 부작용을 놓고 논란이 계속됐다. 한국은행은 금리인상의 필요성을 역설하면서 유동성 흡수를 꾀했으나, 내외 경제 불확실성으로 단 한 차례의 미조정(baby step)에 그쳤다. 가계부채는 부동산 거품, 카드채, 신용불량 등의 부작용을 양산하면서 하반기 경제를 혼미속으로 밀어넣었다. 8. 한은 총재 교체후 코멘트 리스크 증가 유동성 과잉 문제는 한은 총재 교체와 맞물려 시장의 관심을 중앙은행으로 집중시켰다. 전철환 총재의 바통을 이어 받은 박승 총재는 특유의 직설화법과 금리인상에 대한 강한 의지 표명으로 시장의 `코멘트` 공포를 증폭시켰다. 그러나 박 총재는 그 많던 경고를 행동으로 옮기는데 실패했다. 시장은 중앙은행의 `신뢰`에 문제를 제기했다. 9. 카드채·은행채 봇물 가계대출 증가 등의 여파로 카드채와 은행채가 채권 발행시장의 최대 이슈로 부상했다. 연일 쏟아지는 카드채, 은행채는 공급 부족에 허덕이던 채권시장에 숨통을 열어줬으나, 카드채 신용위기, 과도한 은행채 발행에 따른 수익률 상승압박 등이 문제로 대두됐다. 정부의 가계대출 억제책으로 금융채 발행에는 제동이 걸렸지만 이미 발행된 카드채, 은행채의 차환발행 부담이 내년으로 고스란히 넘어가게 됐다. 10. `귀하신 몸 회사채`, 공급 부족..신용 스프레드 축소 회사채 품귀 현상이 심화됐다. BBB급 회사채와 국채와의 스프레드가 급격하게 축소되면서 오버슈팅 논란이 일었다. 채권투자자들은 그러나 저금리 상황이 지속되면서 조금이라도 일드가 높은 회사채를 사지 못해 안달을 했고, 기업들은 단기부채를 장기 회사채로 전환하면서 저금리 수혜를 독차지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신용 스프레드가 지나치가 좁혀졌다면서 내년 이후 회사채 시장이 정상화될 때 스프레드 대란이 일 것을 우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