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 쇼크 여파…한은, 9개월째 1.50% 금리 동결(상보)

by김정남 기자
2018.08.31 09:56:26

한국은행, 31일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31일 오전 한은 본점에서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9개월째 연 1.50%로 동결했다. 전격 인상에 나선 지난해 11월 이후 동결 모드다.

한은은 31일 오전 이주열 총재 주재로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1.50%로 동결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연 1.25%에서 1.50%로 6년5개월 만에 인상했다가, 다시 9개월째 동결을 유지하고 있다.

어느 정도 예상됐던 결과다. 이데일리가 최근 경제·금융 전문가 14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13명이 이번달 기준금리 동결을 점쳤다. 인상 전망은 1명에 불과했다. 금융투자협회가 실시한 채권 종사자 설문에서도 응답자의 82%가 “동결될 것”이라고 했다.

첫 손에 꼽히는 이유는 고용 쇼크다. 유례를 찾기 어려운 일자리 부진에 경기 둔화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고용 부진은 소비에 악영햐을 미쳐 경기를 위축시킬 가능성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섣불리 기준금리를 올리면 자칫 경기 둔화의 골이 더 깊어질 수 있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한은은 내부적으로 기준금리 인상을 원하지만, 실물경제 회복세, 특히 고용시장이 당초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부진한 내수 경기를 감안하면 지금은 인상의 명분이 전혀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미·중 무역전쟁 불확실성도 섣불리 통화정책 방향을 바꾸지 못하는 이유다. 중국과 연관도가 높은 우리 경제의 특성상 미·중 무역전쟁은 최대 변수로 꼽히는데, 문제는 예측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허정인 NH선물 연구원은 “동결의 주요 근거는 미·중 무역분쟁”이라며 “한은은 당분간 무역분쟁 경로를 살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외에 최근 터키발(發) 신흥국 불안도 기준금리 동결의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한편 이 총재 외에 이일형 조동철 고승범 신인석 임지원 윤면식 금통위원이 만장일치로 동결을 결정했는지 여부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금융시장은 지난달에 이어 인상 소수의견(이일형 금통위원)이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이주열 총재가 이날 오전 11시 금통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내놓을 발언도 관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