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암물질'이 DNA 손상시키는 원리 알아냈다

by강민구 기자
2020.06.08 10:11:20

IBS 연구진, DNA 손상과 DNA 복구 매커니즘 연구
돌연변이 시그니처 양상 결정 기작 밝혀

[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국내외 연구진이 암의 근본원인이 되는 유전체 돌연변이의 발생 원리를 알아내고, 암 진단과 치료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은 안톤 가트너 유전체 항상성 연구단 부연구단장팀이 던디 대학, 유럽 분자생물 연구소, 영국 웰컴 생어 연구소와 함께 발암 물질로 발생하는 DNA 손상과 DNA 복구 메커니즘이 돌연변이 발생 양상을 결정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고 8일 밝혔다.

DNA 손상물질 종류에 따라 생성되는 돌연변이 시그니처 양상.<자료=기초과학연구원>
DNA에는 모든 생명활동에 필요한 유전정보가 저장돼 이를 잘 보존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DNA는 자외선, 화학물질, 방사능 등 외부 자극에 노출돼 각기 다른 방식으로 손상된다.

우리 몸은 망가진 DNA를 고치기 위해 DNA 복구 전략을 사용한다. 하지만 복구에 문제가 생기면 돌연변이가 세포에 축적돼 암을 유발하는 원인이 된다.

돌연변이는 DNA 염기서열의 변화, 일부 서열의 손실 등 다양한 양상으로 일어나는데 이를 ‘돌연변이 시그니처(Mutational Signature)’라고 한다.

담배의 니코틴, 타르 성분에 의한 DNA 손상이 반드시 폐암을 일으키지 않는 것처럼 돌연변이 시그니처는 DNA 손상물질 외 여러 요인이 작용해 결정된다. 하지만 정확한 기작은 알려지지 않았다.



이에 연구진은 실험과 분석을 통해 돌연변이 시그니처 양상을 결정하는 메커니즘을 알아냈다.

우선 DNA 변이를 결정하는 유전적 요소를 찾고자 전체 게놈 시퀀싱을 이용해 선형동물의 일종인 예쁜꼬마선충 2700여 마리의 유전체를 분석했다. 연구진은 12가지 DNA 독성물질을 150가지 조합으로 제작해 DNA 복구 기능에 결함이 있는 여러 꼬마선충에 노출시켰다.

분석 결과, 연구진은 DNA 손상물질의 종류와 함께 DNA 복구 기능이 돌연변이 시그니처 양상을 결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령, 예쁜꼬마선충을 아플라톡신에 노출하면 염기인 시토신이 티민으로 바뀌지만, 감마선에 노출되면 티민이 아데닌이나 시토신으로 바뀌는 등 다양한 돌연변이가 발생했다. 같은 손상물질에 노출되더라도 DNA 복구 기능에 결함이 있으면, 정상 대비 돌연변이 시그니처 발생이 증가했다.

연구진은 돌연변이 시그니처는 암 발생의 과정을 이해하고, 개인 맞춤형 암 치료법을 개발할 실마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돌연변이 시그니처를 분석해 어떤 물질로 암이 유발되고, 어떤 DNA 복구 기능이 손상됐는지 알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안톤 가트너 부연구단장은 “암의 근본원인인 돌연변이의 종류를 결정하는 원리를 알아냈다”며 “앞으로 암 진단과 치료법 개발에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연구 결과는 ‘네이쳐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지난달 1일 온라인 판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