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이 금리 올릴수록 시장 금리는 내려간다…왜?

by고준혁 기자
2021.12.27 11:02:32

바클레이즈 투자적격채권지수 올해 4.8% 하락
5.2% 하락 기록한 1999년 이후 최악
"연준, 예상보다 빨리 움직이면 내년도 안 좋을 것"
美 장기물 지난 3월 최고점 이후 하락하고 있단 관점도
"투자자들, 너무 빠른 긴축에 경기 회복 망친단 우려도"

[이데일리 고준혁 기자] 세계 채권시장이 1999년 닷컴 버블 이후 최악의 한 해를 겪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등 주요국 중앙은행이 정책금리를 올릴 예정에 내년도 부진할 것이란 관측이 따른다. 반면 지나치게 빠른 긴축이 안전자산인 채권 선호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긍정적인 전망도 있다.

2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즈에 따르면 바클레이즈의 투자적격채권지수(Barclays global aggregate bond index)는 올해 초 이후 4.8% 하락했다. 해당 지수는 68조달러 규모의 회사채와 국채 등이 포함된 대표적인 채권 관련 벤치마크다.

지난 40년간 채권시장에선 수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해는 별로 없었다. 투자적격채권지수가 가장 낮은 수익률을 보였던 가장 최근은 1999년이다. 5.2% 하락을 기록했다. 호황을 누리던 주식시장으로 가기 위해 채권 투자자들이 떠났던 닷컴 시기이다.

올해 채권 가격 하락은 두 기간으로 나눌 수 있다. 먼저 ‘리플레이션 트레이드’라는 명목에 투자자들이 국채 장기물을 팔아치웠던 연초다. 당시 투자자들은 코로나19 팬데믹에서 경제가 회복되며 지속적인 성장과 인플레이션을 장담했다. 두 번째는 국채 단기물이 상승했던 지난 가을이다. 중앙은행이 높은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정책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내기 시작했을 무렵이다.

투자적격채권지수의 3분의 1 이상을 구성하고 있는 미국에선 지난 11월 기준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기 대비 6.8% 상승, 약 4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연초 0.93%에서 1.49%로 상승했다. 금리와 국채가격은 반비례한다. 같은 기간 미국채 2년물은 0.12%에서 0.65%로 상승했다.



애버딘 스탠다드 인베스트먼트의 제임스 애티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6%대란 인플레이션 수치에 채권 투자가 나쁘다는 것에 우리는 놀라지 않았어야 했다”며 “내년 역시 채권 투자자에게 안 좋은 해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중앙은행이 예상보다 빨리 움직일 경우 더한 충격이 잠재돼 있다고 본다”며 “위험한 채권이 특별히 매력적인 가격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한편 내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과 다른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통화정책 정상화를 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음에도, 채권시장을 너무 비관적으로 볼 필요가 없다는 주장도 있다. 실제 연준이 내년 기준금리를 3번, 영란은행은 4번 올릴 수 있단 전망과 유럽 중앙은행이 자산 매입을 줄일 것이란 관측에도, 미국채 장기물 금리는 지난 3월 올해 최고점을 기록한 뒤 하락하고 있다.

악사 인베스트먼트의 닉 헤이즈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최근 장기채가 강세인 건 중앙은행이 너무 빨리 긴축으로 돌아설 경우 경기 회복을 망치고, 주식시장에서 매도가 나올 수 있다는 투자자들의 믿음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오늘 금리를 더 올린다면 몇 년 안에 금리는 더 내려와야 한다”며 “그리고 주식시장을 조금만 되돌린다면 사람들은 갑자기 또 채권을 좋아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내년에 채권에서 두 자릿수 수익률이 날 거라고 말하는 게 아니다”라며 “그러나 단순한 사실은 지난 수십년을 보면 한 해 채권 수익률이 마이너스였으면 다음 해는 플러스가 뒤따른다는 것이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