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환율 폭등에 銀 자본비율 급락하고…증권·보험 '유동성' 부족

by최정희 기자
2022.12.22 11:00:00

한은, 하반기 금융안정보고서 발간
3분기 銀 자본비율 하락의 3분의 2가 '환율' 탓
증권·보험은 환율 급등하면 '외화 뿐 아니라 원화 유동성도 부족'
한은 "자본비율·유동성 비율 환율 급변동 반영해 탄력 운용"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미국의 빠른 긴축으로 원·달러 환율의 상승 속도가 빨라지면서 국내 은행들은 자본비율이 급락했고 증권, 보험은 외화 뿐 아니라 원화 유동성 부족에 시달렸다. 금융기관의 자본비율, 유동성 비율을 관리할 때는 환율 급변동에 따른 탄력 운용이 필요하다는 한국은행의 주장이 나왔다.

한은은 22일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이 담긴 ‘2022년 하반기 금융안정보고서’를 의결했다.

한은은 ‘환율이 금융부문에 미치는 리스크 파급경로 및 영향’이라는 제하의 자료에서 “환율이 9~11월중 1997년 12월 자유변동환율제 도입 이후 상위 5% 내외에 이르는 높은 수준을 지속했다”며 “환율 급등세가 금융시장 불안과 맞물리면서 환율 변동성과 여타 금융시장 가격 변수간 상호 파급되는 영향도 커졌다”고 평가했다. 9월 환율은 1400원 중반까지 올라 2009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바 있다.

환율 상승은 3분기 국내은행의 총자본비율 하락의 3분의 2 가량 영향을 미친 것으로 조사됐다. 은행의 3분기 총자본비율은 전분기말보다 0.59%포인트 하락했는데 환율 142원 상승에 따른 가격 효과는 0.46%포인트로 분석됐다. 환율이 100원 오르면 자본비율은 0.32%포인트 하락한다. 외화표시 위험 가중 자산 증가 효과는 0.06%포인트로 집계됐다. 총자본비율이 1년간 1.58%포인트 하락했는데 환율 상승 및 외화 위험가중 자산 증가에 따른 영향은 1.35%포인트나 됐다.

환율이 오르면 외화 위험가중자산의 원화 환산액을 커져 자본비율이 떨어지게 된다. 달러 빚이 있다면 이를 원화 환산시 갚아야 할 빚이 늘어나게 되는 꼴이다.



유동성도 나빠지게 된다. 9월 환율이 7% 가까이 오르자 외국계 은행에 대한 국내은행의 장외 외환파생상품 관련 추가 증거금 납입액이 늘어나면서 고유동성 자산이 줄었다. 국내 8개 은행은 9월 증거금 추가 납입으로 고유동성 자산이 5조4000억원 감소했다. 은행들은 은행채를 발행해 이 돈으로 국채를 사들여 증거금을 납입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은행들의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이 평균 1.28%포인트 하락했다.

증권, 보험사는 환율 급등으로 유동성이 악화됐다. 외화를 빌리는 ‘스와프 시장’에서의 자금 공급이 축소되면서 외화조달 차환 리스크가 커졌다. 환율 급등으로 은행들의 스와프 거래가 위축, 단기화되면서 3분기 은행의 비은행권에 대한 스와프 순공급 규모는 1년 전보다 199억달러 감소했다. 보험사의 경우 환헷지 비용이 상승했다. 환율 상승으로 장외파생거래 담보증권을 추가 납입하면서 보험사의 원화 유동성 리스크까지 커졌다. 보험사의 3분기말 유동성 비율은 환헷지 비용 등으로 인해 8.8~16.6%포인트 떨어졌을 것으로 추정됐다.

증권사는 해외 주가지수 등을 기초로 주가연계증권(ELS) 등을 발행했는데 주가가 하락하고 환율이 오르면서 헷지 손실이 커졌다. 이는 증권사의 외화 뿐 아니라 원화 유동성 부담을 키웠다는 분석이다.

그나마 증권, 보험사는 9월말 외환위험액 비중이 총위험액의 각각 1.4%, 2.8%에 불과, 환율 급등에 따른 자본비율 악화는 은행보다는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한은은 “국내 금융기관들은 양호한 자본비율 등을 바탕으로 그간의 환율 상승에 따른 자본비율, 유동성 비율 하락 효과는 아직까지 감내 가능한 것으로 평가된다”면서도 “환율이 금융기관의 재무 비율에 미치는 영향이 과거보다 커진 상황인 만큼 자본비율, 유동성 비율을 환율 급변동시 시장 상황에 따라 탄력 운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금융기관은 외화 자산 및 부채 간 만기, 유동성 불일치가 확대되지 않도록 유동성 리스크 관리에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