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뜨거운 감자 ‘與 경선연기론’… 이재명 ‘통큰 양보’ 나오나

by이정현 기자
2021.06.08 11:00:00

이준석發 세대교체론 타고 민주당 ‘경선 연기’ 주장 잇따라
당헌당규상 9월 후보 선출, 野보다 두 달 빨라 ‘집중포화’ 우려
송영길, 당 분열 우려 “이달 중 대선기획단 출범”
선두 이재명만 반대… “통 크게 양보하는 모습 보여줄 필요도”

[이데일리 이정현 기자] 이 기사는 이데일리 홈페이지에서 하루 먼저 볼 수 있는 이뉴스플러스 기사입니다.

더불어민주당 경선 연기론이 재점화됐다. 후발 대권주자들과 일부 권리당원을 중심으로 ‘경선 연기’ 요청이 이어지는 가운데 ‘빅3’도 공론화에 힘을 싣자 당 지도부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그동안 공감대 미형성과 당헌·당규 준수를 이유로 일정 변경을 검토하는데 난색을 보여왔으나 야권발 ‘세대교체론’이 영향을 미치면서 마냥 뭉개기는 어렵다.

민주당은 현행 당헌·당규상 대선 180일 전인 오는 9월10일까지 대선 후보를 선출해야 한다. 예비경선 일정까지 감안한다면 이달 중에는 출발선에 서야 한다. 이에 반해 국민의힘은 대선 120일 전인 11월9일까지 최종 후보를 선출하도록 되어 있다. 민주당 후보가 두 달가량 먼저 등판하는 것인 만큼 ‘경선 연기’를 주장하는 이들은 야권의 집중 포화로 본선 경쟁력이 약화할 수 있음을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명분론이 맞서고 있는데다 현재 여권 선두주자인 이재명 지사 측도 변수가 생기는 게 달갑지 않다.

(그래픽= 문승용 기자)


잠잠하던 ‘경선 연기론’ 뜨거운 감자로

민주당 초선의원 모임인 ‘더민초’는 7일 모여 경선 연기 여부를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는 것은 보류했다. 찬반을 놓고 더민초 내에서도 의견이 갈리는데다 해당 안건을 논의했다는 자체로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고영인 더민초 운영위원장은 “경선 연기 논의 여부를 놓고 이야기가 오갔으나 더민초에서 공식적으로 논의 의제로 올리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으로 모여졌다”며 “운영위 차원에서 안건이 오르진 않을 것”이라 말했다.

민주당 대선 경선 연기론은 후발 군소주자 진영에서 먼저 분출했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 최문순 강원지사는 전날 “경선 활성화를 위한 당·후보자 연석회의를 제안한다”며 “모여서 경선 일정 연기를 토론해 정리하자”고 주장했다. ‘빅3’(이재명 이낙연 정세균)로 굳어진 현재의 경쟁구도에서 벗어나 국민적 관심을 끌기 위해서는 연기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그는 “경선이 7∼8월 휴가철에 진행될 예정이어서 관심을 끌기가 어려울 것”이라며 “(논의에서)연기를 하지 않기로 한다면 어떻게 국민의 관심을 끌 것인가를 논의하면 된다”고 말했다. 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7:3 정도로 경선 연기에 무게를 싣고 있다는 말도 전했다.

역시 대권도전을 선언한 이광재 의원 역시 경선 일정을 늦춰야 한다는 의견이다. 그는 지난달 31일 라디오에 “코로나19가 끝나고 백신 접종에 안정감이 생겼을 때 경선을 시작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예의”라 말했다. 양승조 충남지사 역시 연기해야 한다는데 무게를 싣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0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대한민국 성장과 공정을 위한 국회 포럼’ 창립총회에서 축사하러 나가는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박수를 보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시간 필요한 이낙연·정세균… ‘경선 연기’ 공론화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와 정세균 전 국무총리도 경선연기 공론화에 힘을 실었다. 이 지사를 추격하는 입장에 있는 두 사람은 경선이 연기될 경우 역전의 발판을 마련할 시간을 벌 수 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당내에 의견이 분분하다면 지도부가 빨리 정리해주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경런룰이 본선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결정해야 한다는 말에도 “당연하다”고 답했다. 정 전 총리 역시 “무엇보다도 정권 재창출이 중요하며 국민의 관심 속에서 경선을 치러야 한다”는 입장을 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집단면역을 감안한 듯 “백신이 접종되면 경선도 활기차게, 평소의 모습으로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진다. 그런 점에서 공론화를 시작한 경선 시기나 방법, 이런 문제는 당헌·당규에 따라 의논할 시점이 됐다”고 말했다.

‘이낙연계’로 분류되는 윤영찬 의원은 “본선 승리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경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차원으로 본다면 (경선 연기)문제에 답은 있다”고 말했다. 정 전 총리 측 관계자는 “당의 결정에 따르겠다는 게 입장”이라면서도 “경선이 흥행해야 본선에서도 경쟁력을 가지지 않겠나”라 했다.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에서 이준석 전 최고위원의 열풍이 불며 변화의 바람이 부는 것도 ‘경선연기론’에 힘을 싣는다. 민주당의 일부 권리당원들은 지난 4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 대선 경선 흥행은 대선 승리의 열쇠”라며 “지난 4·7 재보궐선거에서 민주당 경선이 국민의힘보다 20일 앞서 진행되며 민주당은 선거전략을 그대로 노출시키는 모습을 보였고, 국민의힘은 경선 흥행 돌풍을 몰고 왔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국민의힘과 결합하는 과정에서 경선 흥행을 일으킬 때 지난 재보선의 악몽이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이재명, 통 크게 양보할 수도”

‘경선연기론’이 격화되자 당 지도부의 고민도 늘었다. 원칙상 경선 연기가 불가하다는데 방점을 찍어두긴 했으나 대선 후보 진영을 비롯해 권리당원까지 나서 목소리를 내면서다. 최근 당을 흔들었던 ‘조국 사태’를 겨우 매듭짓자마자 경선 일정이 후보 간 갈등 쟁점으로 부각되는 것도 부담스럽다. 송 대표는 지난 2일 기자간담회에서 ‘경선연기론’에 대해 “이달 중순 발족할 대선기획단을 통해 여러 의견을 수렴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지사 측은 경선 연기에 반대입장을 내놓고 있다. 경선이 10월로 연기될 경우 정기국회 및 국정감사 기간과 겹치는 것도 문제다. 이 지사의 지지모임인 ‘성공포럼’의 공동대표인 김병욱 의원은 “(경선 연기는)일부 주자의 의견인데 저희가 논의하는 것 자체가 당에 분란을 자초하는 일”이라며 우려했다.

일각에서는 이 지사가 당 통합을 위해 경선 연기를 수용할 수도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이 지사를 돕고 있는 한 초선 의원은 “이 지사가 통 크게 경선 일정을 양보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필요할 수 있다”며 “경선을 늦춘다고 해도 대세론에 크게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