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경기판단 논쟁…정부·靑 “상승 지속” vs 민간 “둔화 진입”(종합)

by김형욱 기자
2018.05.20 19:35:58

김광두vs김동연 페이스북 논쟁 확전 양상
LG·현대경제硏·골드만삭스 등 "경기 꺾여"
處도 가세 "6월부터 고용개선 개선될 것"
올 GDP 성장률 3.0% 달성이 가늠자 될듯

(수치=OECD 홈페이지)


[세종=이데일리 김형욱 김영환 기자] 현 경제 기조에 대한 판단을 두고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국내총생산(GDP) 증가 추이 등을 토대로 회복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고 보고 있지만 일각에선 몇몇 경제지표를 근거로 경기둔화 국면에 진입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정부가 경기국면을 오판하면 위기를 앞당길 수 있다는 것이다. 경제지표가 엇갈리고 있어 당분간 논쟁은 이어질 전망이다.

발단은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이 지난 14일 본인 페이스북 계정에 경기가 침체 국면의 초입 단계에 있다고 주장한 것이다. 김 부의장은 ‘박근혜 경제 과외교사’로 불렸으나 지난해 대선 때 문재인 캠프에 합류했고 현 정부가 들어선 이후 경제정책 자문역을 맡고 있다. 그는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 주장에 “좋은 말씀이지만 성급한 판단”이라고 반박하자 현재의 구조적 문제가 현상에 반영된 것이라며 재반박했다.

민간경제연구소와 외국계 투자은행(IB)도 경기가 꺾였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LG경제연구원은 20일 1~2월까지 버텨오던 국내 투자지표가 3월 뚜렷이 둔화한 걸 근거로 경기가 꺾였다고 진단했다. 경기침체까지는 아니라도 지난해 같은 투자 주도 성장 재현이 어렵다는 것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한국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경기선행지수 추세가 2개월 이상 꺾이고 3월 악화한 제조업 생산지표, 4월 수출 감소 전환을 근거로 역시 경기가 꺾였다고 보고 있다. 2~4월 3개월 연속으로 국내 취업자 수가 20만명을 밑돈 것도 경기회복 국면이 아니라는 주요 근거다. 통계청이 집계하는 월별 취업자 수가 3개월 이상 10만명대 초반을 기록한 건 국제금융위기 영향이 컸던 2010년 2월 이후 처음이다.

(수치=통계청 국가통계포털)


외국계 IB 골드만삭스도 자체 지표인 월별 경제활동지수가 3월 3.6%에서 4월 2.5%로 하락한데다 기술업종 사이클 둔화로 반도체 의존도가 높은 한국 수출 부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상 예상 시기를 7월에서 10월로 미뤘다.

정부 판단은 다르다. 최근 1~2개월 광공업생산과 투자 등이 조정을 받기는 했지만 전반적으론 회복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는 판단을 고수하고 있다. 광공업생산은 부진했으나 소매판매나 서비스업은 양호한데다 1~2개월의 경제지표 조정으로 전체 경기 둔화를 판단하기는 이르다는 것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광공업 생산지표를 빼면 나머지는 계속 잘 가고 있다”며 “당장 경기가 꺾였다고 판단하기보다 2∼3개월 지표를 더 봐야 이번 3월 지표가 신호인지 소음인지 판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민간의 주장처럼 정부가 경기 판단을 잘못 펼친다면 경기 둔화 속도를 오히려 부추길 수 있다. 좋은 경기를 나쁘다고 보고 돈을 풀면 버블이 생길 수 있고 반대로 경기가 나쁜데 좋다고 착각해 금리·세금을 올리면 경기가 더 고꾸라질 수 있다.



청와대도 20일 경기 판단 논쟁에 가세했다. 반장식 청와대 일자리수석비서관은 20일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최근 월간 근로자 수가 부진해 보이는 건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고 있는데다 지난해 상반기 취업자 수 증가에 따른 기저효과 등 영향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자동차와 조선업 등에서의 구조조정이 고용 증가를 막고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악화하는 건 아니라는 설명이다.

그는 “적잖은 사람이 일자리가 줄었다고 표현하는데 사실 일자리는 4월에도 12만3000명 늘었다”라며 “증가 숫자가 충분치 않다는 게 정확한 표현”이라고 부연했다. 그는 또 일자리 증가 속도가 둔화하고는 있지만 상용직 근로자 수가 늘고 있고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도 계획대로 진행 중이라고 했다.

반 수석은 “성과중심의 정책노력과 취업자 수 증가흐름을 감안할 때 6월부터는 고용여건이 본격 회복될 것”이라며 “지난해부터 본격 추진한 공공일자리 대책에 이어 창업, 혁신성장, 규제혁신, 서비스업 및 사회적 경제 활성화 등 민간일자리 창출 효과가 보이도록 속도감 있게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논쟁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통계청은 각종 지표와 전문가 의견을 토대로 경기의 저점과 고점을 판별하는 ‘최근 경기순환기 기준순환일’을 설정하는데 이를 판별하기까지는 2년이 넘게 걸린다. 통계청이 가장 최근 발표한 경기는 5년여 전인 2013년 3월 저점에서 시작한 ‘제11순환기’라는 것뿐이다.

통계청은 1972년 3월 이후 40여년 동안 10번의 경기 상승·하강 흐름을 이어왔다고 발표해 왔으나 아직 11순환기의 정점이 어디인지는 아직 설정하지 않았다. 현 시점이 확장기인지 수축기인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정부가 직전 10순환기의 정점이 2011년 8월이라고 발표한 건 2년10개월(34개월) 후인 2014년 6월이었다. 통계청 관계자는 “전환점 설정 시간이 지났지만 저성장 국면이라 저점과 정점이 명확히 나타나지 않고 있어 계속 모니터링 중”이라고 설명했다.

내년 초 나오게 될 올해 경제성장률이 경기 국면을 비교적 확실하게 가늠할 수 있는 첫 번째 가늠자가 될 전망이다. 현 상황이 이어진다면 올해 GDP 성장률이 정부 목표인 3%에 못 미칠 수 있다. 정부는 지난 연말 ‘2018년 경제정책 방향’에서 우리 경제가 회복세를 이어가면서 연간 3.0%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OECD와 국제통화기금(IMF), 한국은행 등도 3.0% 성장전망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3년 만에 3%대(3.1%)를 회복했다. 올 1분기 성장률도 1.1%로 올해 3.0% 성장 전망을 뒷받침하고 있다.

그러나 경기가 꺾였다고 판단한 LG경제연구원과 현대경제연구원은 올해 경제성장률이 2.8%에 그치리라 전망했다. 골드만삭스 등 10대 외국계 투자은행(IB)이 제시한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 평균도 2.9%다. JP모건과 HSBC는 2.8%로, 바클레이즈와 골드만삭스는 2.9%로 예상했다.

(수치=한국은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