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식이라도 동원"…당국, 가계부채 관리 총동원

by노희준 기자
2021.08.22 17:02:51

[대출규제 후폭풍]②
코로나 중단 총량관리 1년만에 부활, 7월 DSR 강화
하지만 5월(6.6%)→6월(9.7%)→7월(10%)증가세 ↑
당국 연일 금융권 압박↑…"집중관리 농협·중앙회뿐"
대출 중단 농협은행 외 금리인상으로 대출문턱↑ 시작

[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금융당국이 강도 높은 가계대출 총량 관리에 나서면서 대출자들은 은행 등 금융사에서 돈 빌리기가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신규 대출 중단이라는 ‘극약 처방’까지는 아니더라도 은행 비은행을 가리지 않고 대출 문턱 높이기가 확산되고 있는 데다 금리 인상을 통한 돈줄 죄기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어서다.

금융당국은 실수요자의 ‘대출 절벽’은 막겠다는 입장이나 갑작스러운 대출 중단에 따른 시장 혼란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사진 : 이미지투데이
22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금융권 가계대출 총량 관리의 압박 강도를 연일 올리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 20일 저축은행중앙회를 통해 저축은행에도 신용대출 한도를 연소득 이내로 줄여달라고 요구했다. 지난주 은행권에 동일한 신용대출 한도 축소를 요구한 지 1주일만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풍선효과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은행권과 동일하게 연봉의 1배 수준으로 신용대출 한도를 줄여달라고 전체 저축은행에 권고했다”며 “3곳 이상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 대출의 경우 충당금 비율도 높여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금융위도 직접 움직이고 있다. 지난주 가계대출 증가 주범인 농협은행과 농협중앙회를 불러 대출 관리 방안을 직접 들은 뒤 농협중앙회 관리 방안에 사실상 ‘퇴짜’를 놨다. 농협중앙회의 관리 방안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금융위 관계자는 “중앙회에 보완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앞서 농협중앙회는 20일 농·축협의 집단대출을 일시 중단하고 60%인 대출자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낮추겠다고 보고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 비은행 가릴 것 없이 목표치를 초과한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전면적인 일대일 관리에 나선 것”이라고 했다.

금융당국이 고강도 대출 총량 관리 압박에 나선 것은 올해 가계대출 관리 계획에 적신호가 켜져서다.

금융당국은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을 5~6%로 묶겠다고 공언했다. 코로나19로 지난해 확장적 금융·통화정책을 펼치면서 별도의 관리 목표치를 부여하지 않은 지 1년 만에 다시 관리 모드로 돌아선 것이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지난해 가계부채 증가세가 전년도(4.1%)의 2배 수준인 7.9%까지 불어나서다. 하지만 7월말 전 금융권 가계대출은 전년동월 대비 10% 불어났다. 특히 7월부터는 ‘갚을 능력만큼 빌리라’는 ‘개인별 DSR 40% 방안’이 단계적으로 확대돼 대출 증가세에 제동이 걸리길 당국은 기대했다.

DSR은 대출 원리금 상환액을 연소득을 나눈 개념으로 모든 금융권 대출 원리금 상환액을 연소득 40% 이내로 제한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가계대출 증가세는 외려 5월(9.6%)→6월(9.7%)→7월(10%)로 가팔라지고 있다.

카카오뱅크(323410) 상장 등에 따른 공모주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20·30대 중심의 신용대출 증가와 주택거래 활성화 및 전세값 상승에 따른 전세대출 증가세가 잡히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정부가 4·7 재보궐선거 참패 후 7월 DSR규제 강화에 나서면서 동시에 무주택자 대상으로 LTV 우대비율을 2배(기존 10%p→20%p)로 높이는 등 규제 완화에 나선 것도 일부 영향을 끼쳤다는 평가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이래서는 안 되겠다는 위기의식이 있다”며 “1980년대 방식(창구지도)을 동원해서라도 가계대출을 잡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당국의 압박에 따라 금융권 대출 문턱이 갑자기 높아지면서 실수요자의 금융 접근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금리 인상을 앞둔 시점에서 과잉 유동성 관리가 불가피한 상황이며 당국 압박으로 대출 증가세는 어느정도 잡힐 것”이라면서도 “대출 증가세가 여유있는 금융기관에 쏠림이 발생해 실수요 자금이 급한 사람은 대출받기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도 “대출 확대세가 거세기 때문에 이를 제어하기 위한 당국의 노력은 타당하다”면서도 “대출 총량 관리는 실제로는 금리를 통해서 해야 하고 대출 자체를 막아버리는 형태로서는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은 일각의 ‘도미노 대출 중단’ 우려는 과도한 관측이라고 경계했다.

또다른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가계부채를 연착륙 하기 위해 농협은행과 농협중앙회 등 집중관리가 필요한 곳이 있지만 대부분 금융기관의 대출 창구는 열려 있다”며 “선의의 피해가 생기지 않도록 세심하게 살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가계 담보대출 신규 취급을 중단한 농협은행처럼 전면적인 대출 중단에 나선 곳은 없다. 우리은행이 3분기 전세자금 대출 한도가 소진된 전세자금대출을 내달까지 제한적으로 취급하고 SC제일은행이 일부 담보대출 상품을 중단한 정도다.

다만, 농협은행의 신규 대출이 차단되면서 대출 수요가 쏠린 다른 은행은 연간 대출 목표치를 맞추기 위해 대출 한도를 축소하거나 금리 상승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실제 NH농협은행은 17일부터 거래실적에 따른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에 적용하는 우대금리를 0.8%포인트에서 0.5%포인트로 0.3%포인트 끌어내렸다. KB국민은행도 지난 7일부터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 가산금리를 0.11%포인트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