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E·이스라엘 수교' …외교 치적 '한 건' 쌓은 트럼프

by이준기 기자
2020.08.14 10:07:22

'적의 적은 친구'…UAE 이어 사우디 등 수교 나설 가능성
트럼프 "얼음 깨졌다…더 많은 아랍국 뒤따를 것" 고무
재선 도전 앞둔 트럼프·정치적 위기 네타냐후…'승리자'

사진=AFP
[이데일리 이준기 기자] 앙숙 관계인 유대인의 이스라엘과 이슬람 수니파의 아랍에미리트(UAE)가 미국의 중재 속에 외교관계를 정상화하기로 했다. 공동의 ‘적’이자, 이슬람 시아파 맹주인 이란을 견제하려는 양국의 입장과 오는 11월3일 재선을 위해 외교 치적을 쌓아야 하는 도널드 트럼프(사진 위) 미국 대통령의 속내가 맞물린 데 따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공동의 적 ‘이란’

미국·이스라엘·UAE 등 3개국은 13일(현지시간) 공동성명을 통해 “이스라엘과 UAE가 완전한 관계 정상화에 합의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성명은 트럼프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아래) 이스라엘 총리, 셰이크 무함마드 빈 자예드 알 나흐얀 UAE 아부다비 왕세자 명의로 나왔으며, 합의의 공식 명칭은 유대교·기독교·이슬람교의 공동 시조인 ‘아브라함’을 딴 ‘아브라함 협정’으로 지었다. 이에 따라 양국 지도자는 향후 3주 내 백악관에서 투자·관광·직항노선·보안·통신 및 기타 문제에 관한 양자협정에 서명하기 위해 회동할 예정이다.

이스라엘은 1979년 이집트, 1994년 요르단 등 일부 아랍국가와 평화조약을 맺은 바 있다. 그러나 걸프 지역 아랍국가와의 수교는 1948년 건국 이래 처음이다.

그간 아랍권 이슬람 국가는 팔레스타인 문제 등을 이유로 이스라엘과의 관계 개선에 난색을 보여왔다. 이스라엘이 이번 합의를 통해 국제법상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인 요르단 강 서안 합병을 중단하기로 한 점도 이 때문이다. 다만, 네타냐후 총리는 별도 기자회견에서 “(요르단 강 서안) 합병 계획은 변하지 않았다”며 향후 상황을 봐가며 다시 추진할 수 있다는 뜻을 시사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사진=AFP
양국의 이번 합의는 이란을 견제하는 포석이라는 분석이 많다. 이스라엘은 이란을 사실상 주적으로 보고, 핵·미사일 개발 억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UAE는 물론 사우디아라비아 등 걸프 지역의 이슬람 수니파 국가들도 이란 견제를 위해 이스라엘과 관계 개선을 모색 중이다. 현재로선 오만·바레인·사우디 등이 수교 후보국으로 거론되는 가운데 이슬람 수니파 맹주인 사우디가 행동에 나설 경우 그 파장은 더 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트럼프 ‘외교 치적’

11월3일 미 대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최고의 날이나 다름없다. 코로나19발(發) 악재로 지지율 열세에 놓인 가운데 나온 외교성과라는 점에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집무실에서 예정에 없던 언론 간담회를 열고 “진실로 역사적인 순간”이라며 “얼음이 깨졌기 때문에 더 많은 아랍과 무슬림 국가가 UAE를 뒤따를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내가 말할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며 놀랍다고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이번 합의를 위해 미국은 전방위적 행동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이자 유대인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보좌관이 깊이 관여한 가운데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팀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보좌관 등이 지난 1년 반 동안 협상을 진행했다. 속도를 낸 건 최근 6주였으며, 일주일 전에 3국 간 원칙적 합의가 이뤄졌다고 한다.

승리자는 미국만이 아니다. 부패 스캔들과 코로나19 대처 실패로 정치적 위기에 몰린 네타냐후 총리는 ‘반등의 기회’를 잡은 격이며, UAE도 걸프지역 국가 중 가장 먼저 이스라엘과 손을 맞잡으면서 사우디와 함께 수니파의 ‘맹주’ 자리에 성큼 다가섰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