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에서) 당선자? 당선인?

by이의철 기자
2008.01.11 15:05:53

[이데일리 이의철 편집국장] 이명박 차기 대통령에 대한 호칭 문제가 다시 논란이다. `당선자`가 맞냐 `당선인`이 맞냐 하는 문제다.

이동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대변인은 11일 이 문제를 다시 꺼냈다. "헌법을 제외한 대부분의 법률은 당선인이란 용어를 쓰고 있고 중앙선관위가 수여하는 증명서도 당선인증이라고 불린다"며 "앞으로 당선인 호칭으로 써달라"고 기자들에게 주문했다고 한다. 이는 전일 헌법재판소가 "헌법을 기준으로 하면 대통령 후보자를 `당선자`로 쓰는 것이 맞다"고 한 데 대한 일종의 반박이다.

국어사전을 펼치지 않더라도 `당선인`과 `당선자`는 동의어다. 다만 `자(者)`와 `인(人)`은 쓰임이 좀 다른데 자(者)라는 말은 1)특정인을 분명히 지칭하는 표현으로 사용되고 2)뒤에 다른 표현이 붙지 않는다면 단수형으로 사용되지만 인(人)이라는 말은 1)특정인을 분명히 지칭하는 표현으로서의 성격이 약하고 2)뒤에 다른 표현이 붙지 않아도 그 스스로 단수인지 복수인지가 애매한 경우가 많다.(이상 네이버 지식검색).

`당선자`란 표현은 특정 개인을 지칭하는 성격이 강하므로 `자`가 붙는 것이 맞다. 생산자 소비자 처럼.국민의 언어사용 습관과도 충돌하지 않는다. 지금까지 아무런 문제없이 잘 써왔다.

당선인이란 표현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이데일리는 당선자로 쓰고 있다. 왜? 우선 헌법에서 `당선자`란 표현을 쓰고 있다. 보다 중요한 것은 일반인의 언어습관상 `당선자`가 하등 부자연스럽지 않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언제부터인가 `당선자`보다는 `당선인`으로 불러달라고 언론기관에 요청했다. 현재 이데일리를 제외한 대부분의 언론에선 `당선인`으로 표기하고 있다.



`당선인`이라고 명칭을 바꾸기 위해선 합당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 10년전 김대중 정부가 출범할 때나 5년 전 노무현 정부가 출범할 때 `당선자`로 표기하는 데 아무런 하자가 없었다면 이명박 정부가 출범할 때도 `당선자`란 표현은 문제되지 않는다.

세간에서 의혹을 제기하듯 `자`는 뜻 풀이가 `놈 자`고 `인`은 `사람 인`이래서, 어떻게 대통령이 될 사람에게 감히 `놈 자`자를 붙일 수 있느냐는 인식이라면 그 인식의 천박함을 탓할 수 밖에 없다. 그럼 소비자는 소비인으로, 판매자는 판매인으로 불러야 하나?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는 실용주의 철학을 갖고 있다. 그래서 정권의 명칭도 `실용 정부`가 아니라 `이명박 정부`다. 당선자가 이같은 명칭을 직접 지시했다고 한다. `참여정부` `국민의 정부` 가 갖는 조어(造語)의 오만함을 뿌리친 것이다. 잘 한 짓이다. 그렇다면 `당선인`이란 용어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

인수위가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호칭을 `당선인`으로 고집하는 것이 정작 당선자 본인의 생각일까 하는 의구심도 든다. 오히려 당선자에게 물어보면 "허허 그게 뭐가 문제요? " 할 일이다.

흑묘백묘(黑猫白猫), 쥐를 잡는데 검은 고양이면 어떻고 흰고양이면 어떤가?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실용주의 철학을 한마디로 압축한 말이기도 하다.

그렇다. 이명박 당선자가 스스로를 섬기는 대통령으로 자리매김 했듯, 섬기는 대통령으로 가는 길목에 그 호칭이 `당선인`이면 어떻고, `당선자`면 어떤가? 기자가 글 쓰는 데 기자면 기자지, 기인(記人)으로 불러 달랠 수는 없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