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나라살림 걱정에 대통령실도 제2집무실 안 짓는다는데…

by정다슬 기자
2022.07.26 10:49:57

민간건물 입주한 과기정통부 냅두고
청사있는 기재부가 신청사 입주
이사비 100억원 추가 소요 예상

(사진 왼쪽) 정부세종청사에 입주한 기획재정부, (오른쪽) 민간 건물에 입주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세종시가 시끌시끌하다. 대통령이 오는 10월 준공되는 정부세종청사 중앙동(신청사)에 제2집무실을 설치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공약 파기’ 논란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논란이 커지자 청사관리를 맡은 행정안전부는 설명자료를 통해 공약 파기가 아니라며 해명에 나섰다.

정부는 2012년부터 정부세종청사 1동에 대통령이 세종에서 직무를 수행할 수 있는 시설을 설치해 운영하고 있어 불과 450m 떨어진 신청사에 기존 시설과 유사한 집무공간을 구축하게 될 경우 중복투자의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행안부는 “(제2집무실 구축에는) 경호시설과 내부공사에 150억원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돼 현 경제상황을 고려할 때 예상낭비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런데 비슷한 시기 정반대의 결정이 나와 눈길을 끈다. 현재 민간건물에 입주하고 있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내버려두고 정부세종청사 4동에 입주한 기획재정부가 신청사 입주부처로 선정된 것이다. 이에 따라 기재부가 이르면 12월 신청사에 들어가고 과기정통부가 기재부가 떠난 4동을 사용할 가능성이 유력해졌다. 만약 과기정통부가 바로 신청사로 들어갔으면 한 번으로 끝났을 이사비용이 두 번 드는 셈이다.

구체적인 비용은 나오지 않았지만, 과기정통부 전신인 옛 미래창조과학부가 2016년 정부과천청사 4동에서 5동으로 이사할 당시 45억 원의 비용이 투입됐다. 물가 상승과 보안공사 비용 등을 포함해 이번 이사 비용은 각각 100억 원 정도 규모로 예산배정이 논의되고 있다.

행안부는 기재부 선정 논리로 △우수한 접근성에 따른 다부처 연계성 △대내외 민원이 많은 기관 배치로 방문객의 이용 편의 제고 △세종청사 재배치에 따른 행정 효율화 등을 내세웠다. 민원인 등 방문객이 많은 기재부가 현재 4동을 사용하기에는 회의실도, 주차장도, 민원 공간도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논리는 과기정통부 역시 같이 적용될 수밖에 없다. 과기정통부는 다부처 연구·개발(R&D) 총괄기구이다. 나라 살림을 어떻게 쓰느냐가 중요한 만큼 우리나라 기초과학·미래기술을 잘 육성하느냐 역시 중요하다. 기재부가 ‘헌 집’이 마음에 들지 않아 셋방살이하는 이웃의 ‘새집’을 빼앗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