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찬 논란에 이정현 소환..."전화 한 통에 벌금 1천만원"

by박지혜 기자
2020.09.09 09:28:17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이른바 ‘포털 압박 문자’ 논란이 일자 박근혜 정부 당시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이 소환됐다.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은 9일 한 매체와의 통화에서 윤 의원의 논란 자체가 중대하다며 “과거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이 KBS에 전화 한 통을 한 사실로 유죄를 받았다”고 했다.

이정현 전 의원은 올해 1월 ‘세월호 보도 개입’ 혐의로 기소돼 대법원이 벌금 1000만원을 확정 판결했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닷새 뒤인 2014년 4월 21일,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이었던 이 전 의원은 KBS 보도국장에게 전화해 ‘해경이 적극 퇴선 명령을 내리지 않았다’는 기사에 대해 항의했다. 또 해경 비판 기사가 보도된 같은 해 4월 30일에는 뉴스 편집 방향까지 제시했다.

논란 끝에 방송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 전 의원에 대해 대법원은 최종적으로 유죄 판단을 내렸다.

방송법상 방송 편성에 대해서는 어떠한 규제나 간섭도 할 수 없고 이를 어기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지난 1987년 방송법 제정 이후 편성에 개입해 방송의 자유와 독립을 침해한 혐의로 기소된 것도, 유죄 확정판결이 나온 것도 모두 처음이었다.

다만 징역형을 선고한 1심과 달리 2심에서 벌금 1000만원으로 감형됐고 대법원에서 벌금형이 확정되면서 이 의원은 국회의원직을 유지하게 됐다.

선고 직후 이 전 의원은 세월호 유족들에게 사과하면서 “이번 사례를 계기로 언론의 자유와 독립이 더 견고하게 보장되기 바란다”고 밝히기도 했다.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에게 질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은 윤 의원이 청와대 대통령비서실 국민소통수석을 지낸 점을 들어 비난 수위를 높이고 있다.

배준영 대변인은 이날 구두논평에서 윤 의원이 ‘형평성 차원에서 카카오에 항의를 하려고 했다’는 해명에 “보통 사람들은 카카오에 그렇게 강력하게 항의 못한다. 누구에게 전화를 해야 할지도 모른다. 편집을 누가 하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그렇게 함부로 불러대지도 못한다”고 비난했다.

배 대변인은 “문자를 보낸 직원은 윤 의원과 함께 청와대 뉴미디어비서관실 행정관으로 있었던 보좌관으로 알려져 있다”며 “청와대에서 해오던 포털통제를 그대로 장소만 옮겨 국회에서도 하는 것 아닌가 의심케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포털사이트는 뉴스편집을 100% 인공지능으로 한다고 밝혔는데 무려 12년이나 네이버에 있으면서 부사장까지 지냈던 인물이 그것을 모르고 항의했다면 너무 이상한 일”이라며 “포털의 말이 사실이라면 인공지능이 하는 것을 힘으로 밀어붙여 고치겠다고 한 것”이라고 비꼬았다.

배 대변인은 위법 가능성도 지적했다. 그는 “민간회사에 대한 직권남용과 김영란법 위반 여부를 따져야 할 이유다”라며 “민주당은 답하라”고 압박했다.

지난 8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윤영찬 민주당 의원이 카카오톡 뉴스에 실린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 뉴스에 대해 누군가와 메신저 대화를 주고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앞서 전날 국회 본회의장에서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진행되는 가운데 다수 매체의 카메라가 윤 의원의 휴대전화 화면을 포착했다.

해당 화면에는 윤 의원실 보좌관들이 한 포털사이트 화면을 캡처한 이미지를 올리며 “주호영(국민의힘 원내대표) 연설은 바로 메인에 반영되네요”라고 문제를 제기하는 메시지가 담겼다. 이에 윤 의원은 “이거 카카오에 강력히 항의해주세요”라며 “카카오 너무하군요. 들어오라고 하세요”라고 답했다.

주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 연설 보도가 포털사이트 ‘다음’의 메인 뉴스에 자리하자 이를 문제 삼은 것이다. 다음은 카카오가 운영하는 포털사이트다.

카카오의 경쟁사 네이버의 부사장 출신인 윤 의원은 현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이기도 하다.

윤 의원은 이번 논란에 대해 “(이낙연 민주당 대표와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포털 메인화면 배치에) 왜 차이가 있는지 알아보라고 얘기한 것”이라고 해명한 뒤 “이 사안을 정치적인 사안으로 끌고 가는 것에 대해 대단히 유감스럽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