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업무계획]소득·부채 산정 정밀해지고 신구조조정 틀 PPP도입

by노희준 기자
2017.01.05 09:30:00

[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이번 2017년 금융당국 업무보고의 핵심은 위험요인을 관리하고 민생안정에 주력하겠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국내외 불확실성이 어느때보다 높은 상태에서 맞게 되는 새해인 만큼 금융부분의 방파제를 쌓고 금리상승기 등 위험에 가장 먼저 직격탄을 맞을 취약, 서민계층을 우선적으로 챙기겠다는 얘기다.

기존 박근혜 정부의 정책 기조가 크게 변한 것은 없다. 1300조원의 이른 가계부채에 대해서는 담보인정비율(LTV)이나 총부채상환비율(DTI)조정을 통한 ‘총량 규제’방안은 이번에도 나오지 않았다. 대신 방점을 기존 질적 구조개선에서 DTI의 소득산정을 합리화한 ‘신DTI’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정착을 통한 여신심사 선진화쪽으로 옮겼다. 한계기업 구조조정조정 역시 조선, 해운 구조조정이 사실상 마무리되면서 개별기업의 구조조정보다는 채권단 주도의 워크아웃과 법원의 회생절차의 장점을 결합한 새로운 구조조정 틀(‘프리패키지 플랜’)을 짜는 데 초점을 뒀다. 다만 대통령 탄핵 가결과 조기 대선 국면 도래로 길어야 6개월 정도에 머물 ‘한시적인 업무계획’이라는 한계는 피할 수 없게 됐다.

가계부채 관리방안은 양적 규제는 빗겨선 채 ‘질적 구조개선’과 ‘여신심사 선진화’를 추구한다는 큰 틀을 벗어나지 않았다. 가계부채는 1300조원을 사실상 돌파했지만,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현재로서는 DTI, LTV로 가계부채를 관리하지 않겠다는 게 제 생각”이라며 “올해에도 DTI 상한선을 60%로 유지하겠다”고 말했다. DTI 완화조치(50~60%→60%)는 ‘최경환 전 경제팀’이 출범하면서 경기부양을 위해 2014년 8월 1년간 한시적으로 완화된 뒤 2014년과 지난해에 각각 한 차례씩 연장된 바 있다. 이를 올해 7월 이후에도 사실상 또 연장하겠다는 얘기다.

변화를 찾는다면 ‘갚을 수 있는 범위에서 고정금리로 빌려 처음부터 나눠 갚는’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통한 질적구조 개선은 계속하되 초점을 여신심사 선진화에 뒀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 DTI비율은 건드리지 않되 DTI를 산정하는 분자(부채규모, 원리금상환액)과 분모(연간소득)를 각각 합리화한 DSR의 표준모형과 신DTI 기준을 마련할 방침이다.

이는 DTI가 가계부채가 규제비율 이상 확대되는 것을 억제했지만 규제비율 이하에서는 금융기관의 상환능력을 저해해 외려 확대요인으로 작용했다는 인식에서 비롯됐다. 이형주 금융위 금융정책과장은 “DTI는 일종의 ‘온실’이었다”며 “은행은 DTI에 숨어 스스로 여신심사를 열심히 할 요인이 없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DTI는 차주의 상환능력을 평가하는 데서도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부채측면(DTI산정식의 분자)에서는 해당 주택담보대출이 아닌 신용대출 등의 기타대출은 원리금이 아닌 이자상환 부담만 반영하는 데다 소득측면(분자)에서는 차주 소득의 지속가능성이나 보유자산별 소득창출 능력을 정밀하게 평가하지 못하는 얘기다.

이에 따라 올해 중으로 소득산정시 차주의 장래소득 증가 가능성과 보유자산 평가 등이 가능한 신DTI 기준을 마련해 내년에 은행권부터 단계적으로 자율시행키로 했다. DTI의 소득산정을 좀더 촘촘히 하겠다는 얘기다. 관심은 대출문턱에 주는 영향인데, 대출을 줄일 수도 늘릴 수도 있다. 신DTI에서는 차주의 소득이 일시적이거나 변동성이 높은 경우 일정 감면율을 적용해 기존보다 대출한도가 하락할 수 있다. 하지만 청년 창업자 등 비근로소득자의 장래소득 인정 기준이 마련되면 대출을 더 받을 수도 있다. 도규상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은 “신DTI로 대출 받기가 어려워지는 것은 아니다”며 “개인별로 대출이 늘거나 줄어드는 경우가 있을 수 있지만, 평균으로 보면 (기존과) 똑같이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이미 도입된 DRS은 연내에 최대한 신속하게 금융회사 자체 여신심사에 활용할 수 있게 ‘표준모형’을 연구용역을 통해 만들기로 했다. DSR은 차주의 상환능력을 평가할 때 신용대출 등 주택담보대출이 아닌 다른 대출의 원리금까지 부채로 잡기 때문에 이자만 잡는 DTI보다 신용대출 등의 빚이 많으면 대출 받는 것을 어렵게 할 수 있는 지표다. 다만 은행은 올해 초부터 이 지표를 DTI60%처럼 획일적 규제가 아닌 참고지료만 이제 막 쓰기 시작했다.

임 위원장은 앞으로도 “DSR의 표준모형을 DTI 60%처럼 개별 차주의 획일적 규제로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표준모형을 받아다가 금융기관이 어떻게 적용할지는 자율에 맡길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는 내부적으로 DSR 한도를 자율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은 내년에 은행부터 시범적용하고 2019년에는 DSR을 금융회사의 건전성 유지의 간접적인 감독지표로도 활용키로 했다. 가령 은행 여신 중에 DSR이 높은 대출의 총 비중을 제한하겠다는 얘기다.



구조조정 방안으로 주목되는 것은 ‘프리패키지 플랜’의 도입이다. 이는 기업구조조정촉진법상 워크아웃과 통합도산법상의 회생절차 장점을 경합한 새로운 구조조정 툴이다. 한진해운처럼 밀린 하역비 등 상거래 채권이 많고 자금조달은 은행 대출보다 회사채나 기업어음(CP)등 시장성 차입에 의존하는 기업들이 늘면서 기존 채권단 중심의 구조조정이 잘 먹히지 않는 한계와 신규자금 지원이 이뤄지지 않는 법정관리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한 조취다.

이동훈 금융위 기업구조개선과장은 “법원과 채권단이 사전에 협의를 통해 법정관리에 기업을 보내기 전에 모든 채권자를 포괄하는 채무조정안을 만들고 동시에 신규자금지원안을 패키지로 함께 제시하는 것이 핵심이고 다른 점“이라고 말했다. 채권단 힘이 미치지 않는 비협약 채권까지 포함한 채무조정안을 채권단이 몇가지 초안을 만들어 자금지원안과 함께 제시하면 법원이 회생안을 결정, 그에 따라 법정관리를 조기 졸업시켜 워크아웃으로 전환하는 방식이다.

이와 함께 금리 상승기 연체차주를 보호하는 차원에서 주택담보대출의 연체이자율이 비용을 제대로 반영해 산정되고 있는지 연구용역을 통해 정비키로 했다. 시장 개입은 아니지만 내릴 여지가 있다는 게 내부 판단이다. 현재 연체이자율은 대출이자에 연체 기간에 따라 7~10%로 연체 가산금리를 더해 산정하는데 연 11~15%수준이다. 이밖에 주택담보대출이 연체된지 2~3개월안에 담보잡힌 집이 처분되는 것을 막기 위해 담보권 실행전에 차주와 금융기관의 상담을 의무화하고 주거안정이 필요한 서민층은 최대 1년간 경매를 유예키로 했다.

하지만 권력교체기에 이번 신년 업무보고는 ‘반쪽자리’에 머물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벌써부터 제기된다. 임종룡 위원장도 ”새로운 정부가 가감하는 과정이 당연히 있을 것“이라며 ”그건 제 몫이 아니고 새로 올 정부의 몫“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