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온난화 '직격탄' 남극 기온, 한때 38.5도 상승

by오희나 기자
2024.04.07 20:35:58

[이데일리 오희나 기자] 지구에서 가장 추운 지역인 남극의 기온이 한때 계절 평균보다 38.5도나 수직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남극이 지구온난화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빙하와 해빙이 급격히 녹는 것은 물론, 크릴새우가 감소하고 황제펭귄이 치명적인 번식 실패를 겪고 있어 남극 생태계에 재앙이 닥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사진=픽사베이)
6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남극 콩코르디아 기지의 과학자들은 2022년 3월 18일 남극의 기온이 계절 평균보다 38.6도나 높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 같은 온도 상승폭은 유례가 없었던 일이다.

영국 남극조사국을 이끄는 마이클 메러디스 교수는 “영하의 기온에서는 이와 같은 엄청난 (온도) 급증을 견딜만하겠지만, 지금 영국에서 40도가 상승한다면 봄날 기온이 50도 이상이 될 것이고 이는 사람에게 치명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과학자들은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이유를 명확하게 파악하지 못했다. 다만 극적인 기온 상승이 저위도 지역에서 불어오는 따뜻하고 습한 공기가 과거와는 달리 남극 상공 대기권 깊숙이 침투하고 있는 것과 관련이 있다고 파악했다.

과학계에 따르면, 북극과 남극이 다른 지역보다 큰 타격을 입는 이유는 따뜻해진 바다가 해빙을 녹이기 때문이다. 얼음 아래서 빛을 보지 못하던 바다가 노출되고 태양광이 우주로 반사되지 못하면서 바다가 더욱 가열된다는 것이다.



빙하가 줄어들면 수십 년 안에 상당한 해수면 상승이 예상된다. 기후 변화와 관련한 정부간 협의체는 이번 세기까지 해수면이 0.3∼1.1m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영국 남극조사국의 케이트 헨드리 교수는 조류(藻類·물속에 사는 식물)가 남극에서 사라지기 시작하면서 물고기, 펭귄, 바다표범, 고래 등의 먹이가 되는 크릴새우도 감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크릴새우의 멸종은 남극 먹이사슬의 붕괴는 물론이고 온난화를 가속할 수 있는 요인이다. 조류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크릴새우는 조류를 먹고 배설하는데, 배설물이 해저로 가라앉으면 탄소를 해저에 가둬두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남극에서만 서식하는 황제펭귄도 해빙의 감소로 치명적인 번식 실패를 겪는 것으로 전해졌다. 어린 펭귄은 방수 깃털이 다 자랄 때까지 해빙 위에서 지내야 하는데 깃털이 자라기도 전에 해빙이 붕괴하고 있기 때문이다.

연구자들은 온난화 추세가 이대로 계속된다면 이번 세기말까지 황제펭귄 서식지의 90%가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했다.